경제뉴스 입니다.

글로벌 법인의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 PwC삼일, 삼정KPMG와는 달리 한국 지사 형태인 EY한영은 국내 사업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최근 불거진 신세계그룹과의 갈등이나,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준수 기업으로 수년째 공표됐지만 개선하지 않는 등 한국 재계와 정부를 무시하는 듯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1400여명의 공인회계사를 포함해 25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대형 회계법인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눈총을 받는다.

EY한영은 최근 신세계 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년간 EY컨설팅에 차세대 업무 시스템 구축을 맡겼는데, 결과물을 보고 이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프로젝트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발주사 신세계와 용역사 EY컨설팅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측은 시스템 오류 등 완성도가 떨어져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EY컨설팅 측은 신세계가 일방적으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세계 측은 해당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수년을 소요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백지화하기는 어렵고, 수정·보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는 해당 시스템의 소유권 문제 등에 대해서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한영이 이번 신세계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재계 다른 기업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한영 측의 대응 방식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반하는 행태도 관측된다.
올해 한영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 중 명단공표 대상 25개 기업에 속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재 회계법인 빅4 중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곳은 한영이 유일하다.
삼일, 삼정, 안진회계법인 등은 자체 어린이집 운영이나 위탁운영 등으로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다하고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의 자녀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 조사 결과 2023년 12월 31일 기준 한영회계법인은 근로자 수 2451명, 상시 여성 근로자 수 93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영의 보육 대상 영유아 숫자는 313명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준수 리스트에 오른 기업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한영은 미이행 소명 사유로 '설치 중'이라고 답변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초기 어린이집 설치비와 연간 운영비 등에는 수십억 원 규모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미이행 벌금은 연간 1억~2억원 남짓이다.
미이행 벌금을 비교할 때 금액 면에서는 벌금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이행 명령을 어기면 1년에 2회, 매회 1억원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금액을 떠나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이나 대형 회계법인들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위반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을 불명예로 여기고 해당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며 "현재 제재 규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업들의 자율적, 모범적 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