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해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사업 영역에서의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 6일 이 회장이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했다고 7일 밝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어, MLCC가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며 스마트폰과 전기차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MLCC 시장이 지난해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최대 2만개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비싸다. 삼성전기는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LCC 분야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ABS(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 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에 사용하는 다양한 전장용 MLCC를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리핀 사업장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

이 회장이 방문한 필리핀 생산법인은 1997년 설립됐다.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 왔으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2012년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부산, 중국 톈진 사업장과 함께 핵심 생산거점으로 성장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들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MLCC 공장을 직접 살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칼람바 생산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근 이 회장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수시로 부산·수원,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현황을 점검하는 등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장 사업을 챙기기 위한 이 회장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6년 디지털콕핏과 카오디오 분야 세계 시장 1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자들과도 지속해서 만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