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오는 30일 오전 9시 임시 이사회 개최를 통보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를 두고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것을 결의하기 위해 소집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의 긴급 이사회 소집 통보에 우려를 보냈다. MBK·영풍의 임시 주주총회(주총) 소집 청구에 응하기 위해 소집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를 목적대로 소각하지 않고 고려아연의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들에 오는 30일 오전 9시 임시 이사회 개최를 통보했다. 이사회 소집 시 안건을 제시하는 게 통례지만, 구체적인 의안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MBK는 최 회장이 이번 이사회 소집을 통해 앞서 명시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목적과 어긋난 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BK 관계자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의 이유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는 목적을 명시했으나,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에 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이 1주라도 아쉬운 최 회장으로서는 해당 자기주식을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탁기간 종료일이 임박함에 따라 자기주식을 고려아연의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함으로써 의결권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 최 회장이 이사회 소집을 통보한 이유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또한 MBK는 고려아연이 임시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기로 한다면 회사에 막대한 재무 부담과 주주 피해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28일 종가 기준 시가 약 3700억원 수준으로, 이는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사회에서 결의한다면,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약 1조8000억원의 부담을 회사에 안긴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3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고려아연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과 피해를 안기는 결정들을 연이어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MBK는 법조계의 목소리를 빌려 고려아연의 자사주 처분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MBK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행위이다.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으며, 이미 확고한 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이사 선임 및 집행임원제 전면 도입을 위해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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