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인상뿐 아니라 조건부 전세자금 취급 제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 대출모집인 취급한도 부여 등 전방위로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주담대 증가세가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31일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취급 제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3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을 운영해 온 KB국민은행은 당초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나,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갭투자를 통한 집값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취급 해제 시점은 미정이다.

이로써 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조건부 전세자금을 취급하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같은 날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다만 잔금대출, 디딤돌, 정책모기지 등은 제외된다.

전세자금 취급 제한, 주담대 만기 축소 등에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및 대출 모집법인에 대출한도 부여 등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은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 해약금(중도상환수수료)을 면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5일부터 11월 말까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시 면제한다.
가계대출을 받은 지 3년 이내에 상환 시 고정금리의 경우 0.8~1.4%, 변동금리는 0.7~1.2%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이를 11월 말까지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한도 및 대상을 줄인 데 이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상환을 유도해 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일부 신용대출 판매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상 상품은 우량 협약기업 임직원 대출(PPL),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기업체임직원집단대출, 우리 드림카대출, 우리 스페셜론(갈아타기포함), 우리 첫 급여 신용대출, 우리WON플러스 직장인대출, 씨티대환 신용대출(갈아타기), 참군인 우대대출, WON EASY 생활비대출, 신용대출 추천 서비스(갈아타기 포함) 등 12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안정적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조치로, 시행 기간은 조기 종료 및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지난 25일부터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를 1.0~1.9% 포인트 축소하기도 했다.

이 밖에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 대출 접수도 중단됐다.
앞서 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은 수도권 또는 전 지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한 바 있다.
하나은행도 대출모집법인별로 신규 대출 취급 한도를 부여하면서 대출총량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제2금융권 및 인터넷 은행들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자 제2금융권과 인터넷 은행으로 대출 규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날 신협은 다음 달 6일부터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의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현재 1주택 보유자에게도 주담대 보증보험인 모기지신용보험(MCI) 상품을 제한해 투자 목적의 주담대를 사전 차단키로 했다.

지난 25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모든 중도금 대출 건에 대해 중앙회가 사전 검토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농협중앙회도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단위농협에 발송하고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25일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05~0.1%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했다.
케이뱅크는 7월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 대출금리를 높인 바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4분기 중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억제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잔액과 관련, "9월보다 증가 폭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