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돈 전 예림인터내셔널 회장
1974년 주사우디 무관 근무 때
삼성물산의 대형 계약 성사 기여
제대병 중장비 기능공 양성 건의
현지 진출 기업 취업에도 앞장서
1970년대 중동 특수의 주역 중 한 명인 박승돈 전 예림인터내셔널 회장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같은 요양병원에 있던 부인 우순자(90)씨도 다음날인 1일 오후 2시54분쯤 별세했다.
부부는 65년을 해로했다.
 | | 고(故) 박승돈 명예회장(오른쪽)과 부인 고 우순자씨. 유족 제공 |
1932년 함경도 안변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금은 대전에 있는 호수돈여고 교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개성에 정착했다.
개성송도중학교(6년제) 6학년에 재학 중이던 무렵 6·25전쟁이 발발해 미 군용화물선을 타고 부산에 정착했다.
1952년 육군 상병으로 근무하던 중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 육사 12기로 임관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주월군사령부 작전처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어 통역관 양성에 힘썼다고 한다.
고인은 귀국 후 1974년 9월 주사우디 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할 때 삼성물산의 1억달러(실제로는 1억6000만달러) 수출을 거들었다.
고인은 2019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사우디 국방성 군수국장인 후메이드 장군과 사우디 장교 14명을 데리고 대구 제일모직 공장에 가서 골덴텍스 양복감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구로공단에서 재봉틀 300대를 놓고 능수능란하게 작업하던 여공들의 모습을 보고 사우디군 관계자들이 아연실색을 했다.
사우디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1975년 수출 목표가 60억달러일 때 ‘1억달러 수출’은 이후 ‘중동 특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고인은 “유양수 주사우디 대사에게 ‘국방부에서 중장비 기능공을 양성해 기업체에 취업시켜 사우디에 진출할 길을 열어주면 제대 군인이 취업도 되고, 군도 민복(民福)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건의에 힘입어 1976년 4000명, 1977년 7000명 제대군인 기능공 양성계획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실제로 직업훈련을 마친 제대병들은 사우디 진출업체에 취업해 1~2년 가까이 일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고인은 보병 50사단 부사단장(대령)을 거쳐 전역한 뒤 극동건설 상무, 정우개발 중동본부장, 현대중공업 전무, 예림인터내셔널 회장 등을 지냈다.
예림인터내셔널 회장이던 1996년 서울 세종로 주차장 지하 매장에 국내 최초의 사무용품 전문 할인점 ‘오피스 원 슈퍼스토아’를 개장했다.
고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후 사업에서 물러난 뒤 강남성은교회 명예장로를 지내면서 군 선교에 열중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화랑무공훈장, 인헌무공훈장, 보국훈장 3·1장을 받았다.
유족은 딸 화순·화경·화진, 사위 김동관·강두필·김상범·안영호씨가 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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