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셋톱박스를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코스닥 상장사 알로이스가 적자 회사에 수백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회사에는 알로이스 주요 경영진들이 포진하고 있어 알로이스 돈으로 자신들 사익만 추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로이스는 지난해 9월 70억원을 들여 ‘성우기업’이라는 법인의 주식 400만주(59.49%)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취득했다.
성우기업은 권충식 알로이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6일 설립한 신생 법인이다. 사업목적은 콘크리트 타일, 기와, 벽돌 및 블록 등의 제조 등이다.
성우기업의 최초 출자자는 ‘비엠홀딩즈’다. 비엠홀딩즈는 한거남 알로이스 경영관리총괄 상무가 주주로 있는 알로이스 관계사다. 비엠홀딩즈는 최초 3억5000만원을 성우기업에 출자해 액면가인 주당 500원에 70만주를 확보했다.
이후 약 두 달 뒤 알로이스가 성우기업의 주식을 주당 1750원에 취득했다. 성우기업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알로이스가 비싸게 출자해 준 덕분에 비엠홀딩즈의 지분가치는 250%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알로이스는 지난 5월 성우기업에 4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출자전환한 것이다. 이때 주당 가격은 약 3570원으로 책정됐다. 설립한 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법인의 주식을 액면가보다 600% 이상 비싸게 취득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 성우기업의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기준 성우기업은 매출액 120만원, 순손실 4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는 매출액 25억원, 순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시작 후 계속해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성우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알로이스는 성우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출자 뿐 아니라 돈을 빌려주고 빚 보증까지 서주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알로이스는 성우기업에 126억원을 대여해주고 있다. 성우기업으로부터 받을 미수수익과 미수금도 약 6억원이 있다. 또 성우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 중 약 104억원에 대한 채무 보증까지 서주고 있다. 전체 성우기업에 대한 출자금, 대여금, 보증액 등을 합치면 알로이스 순자산의 약 80%에 해당한다.
이처럼 알로이스의 돈으로 성우기업이 사업을 하면 다른 성우기업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익만 보는 구조가 된다. 만약 성우기업이 파산하면 알로이스는 수백억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지만 주주들은 출자금만 잃는다. 반대로 성우기업이 성공하면 그 과실은 주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다. 위험은 온전히 알로이스가 지고, 성과는 성우기업 주주들이 공유하는 구조다.
지난 9월 말 기준 성우기업의 주주는 알로이스(60.6%), 성우파일(29.7%), 비엠홀딩즈(6.3%), 신정관 알로이스 부사장, 이시영 알로이스 연구소장 등이다. 알로이스의 주요 경영진들이 성우기업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성우기업 2대주주인 성우파일은 알로이스가 보유한 성우기업 주식 100만주를 나중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성우기업이 잘 되면 콜옵션으로 주식을 가져오고, 잘 안되면 그대로 알로이스에 놔둘 수 있는 성우파일에 유리한 계약이다.
이 같은 내용들에 대해 알로이스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