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지난달 500억원의 자금을 AK플라자에 빌려준데 이어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이달 600억원 규모의 AK플라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AK플라자 수원점 전경. /AK플라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명품 없는 백화점'인 AK플라자를 살리기 위해 애경그룹의 전방위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지난달 500억원의 자금을 AK플라자에 빌려준데 이어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이달 600억원 규모의 AK플라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그룹은 AK플라자의 부활을 위해 운영 자금을 끊임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위축된 소비 환경 속에서 본업 경쟁력 약화된 AK플라자가 반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유상증자에 나서는 AK플라자 주식 1201만9543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금액만 600억9771만5000원으로 출자금은 오는 19일 납입된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포함해 AK홀딩스가 지금까지 AK플라자에 출자한 금액은 2405억원 규모에 달한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출자와 관련해 "AK플라자의 재무구조 개선과 계속기업을 위한 CAPEX(자본적지출)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애경산업도 AK플라자에 500억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내년 11월 29일까지 1년간 5.68% 이율로 애경산업 자기자본 3876억원의 12.9%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해당 금전대여와 관련해 애경산업 측은 "그룹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당사의 신용등급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으로 AK플라자의 어깨는 무거운 상황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적자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AK플라자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302억원 △2021년 292억원 △2022년 314억원 △2023년 440억원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적 부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3분기까지 AK플라자의 누적 매출액은 2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고 순손실은 3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대비 손실폭이 40억원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명품 없는 백화점’인 AK플라자의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명품은 백화점 전체 매출의 2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명품이 없는 탓에 연간 수천만원씩 쓰는 VIP 고객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백화점 객단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AK플라자는 명품 매장 대신 식음료와 리빙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지만 이 또한 방문객을 끌어모으기에는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백화점들이 최근 '복합쇼핑몰' 전략을 강화하면서 AK플라자만의 차별점은 갈수록 희석되는 모양새다.

현재 AK플라자 점포 중 수원점이 유일하게 매출이 소폭 성장했지만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변 경쟁점포인 신세계 스타필드와 롯데 타임빌라스의 공세가 거센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오픈한 신세계 스타필드와 리뉴얼한 롯데 타임빌라스가 차로 10분 안팎의 거리에 있다"며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면 밀릴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지난달 이강용 AK플라자 상품본부장을 AK플라자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1997년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상품본부장까지 오른 '정통 애경맨'을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백화점의 생리를 잘 아는 현장 전문가인 만큼 그룹이 거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기 위한 오프라인 채널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며 "AK플라자의 경우 본업 경쟁력의 회복과 동시에 경쟁 백화점들과의 차별화까지 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