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증’을 출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살리기에 나섰던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PF 부실 우려에 몸을 사리며 보증 공급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F 특례보증 마감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한도가 절반 이상 남아 보증 상품 출시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주금공이 출시한 ‘시공사 부실사업장 정상화 특례보증’은 현재까지 7000억원(7건)가량 공급됐다. 이 특례보증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급되는 상품으로 예산은 1조5000억원이다.
해당 특례보증은 출시되자마자 한 달 새 6000억원가량 예산을 소진했다. 이후 주금공은 6월께 보증 1건(약 1000억원)을 추가했으나 이후에는 보증 공급이 뚝 끊겼다. 이 특례보증 상품은 시공사 회생절차 등으로 문제가 발생한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급된다.
보증 공급이 멈춘 것은 주금공의 PF 보증 사고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8월 말까지 주금공의 PF 보증 사고액은 1403억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전년 사고액(1791억원) 대비 78%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증 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금공은 PF 보증을 소극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안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증이 필요한 사업장을 보유한 입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어려움에 처한 PF사업장을 위해 보증 상품을 출시해 놓고 정작 보증에는 소극적으로 나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회생으로 보증이 필요한 사업장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며 "보증 상품은 있는데 보증을 못 받는 게 더 속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건설업체 27곳이 부도 처리됐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방에서는 중견 건설사급 도산도 이어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부산 7위(전국 105위)인 신태양건설은 최근 부도 처리돼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전남권 4위인 남양건설(전국 112위) 또한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주금공 측은 “보증을 위해 금융권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공급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 확보 예산 중 절반도 쓰지 못하고 보증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