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개량사업 추진 시 '부러지기 쉽게' 설계한 부분이 콘크리트 둔덕이 아닌 안테나 등 둔덕 윗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발주처에 문의한 결과 당시 개량공사를 추진하면서 둔덕 위 레일, 안테나 등 기초재를 부서지기 쉽도록 설계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은 약 2m 높이로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 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로컬라이저와 외곽 담벼락을 연이어 충돌했다.
이때 콘크리트 둔덕이 솟아난 상태로 있어 사고기의 피해가 더 커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2020년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당시 설계를 진행한 것과 달리 둔덕은 콘크리트로 시공돼 논란이 발생했다.
개량공사의 발주처는 한국공항공사이며, 사업 승인은 부산지방항공청이 진행했다.
당시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서지기 쉬움'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주 실장은 이에 대해 "발주처가 둔덕 위 안테나 등 눈에 보이는 부분이 부서지기 쉽게 만들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국토부는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항행안전시설 현지 실사를 진행한다.
주 실장은 "이번 점검을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살필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전문가 등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오전 음성 파일 전환을 마친 음성기록장치(CVR) 내용의 공개 여부에 대해 "사고조사위원회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주 실장은 "사조위는 법에 따라 조사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돼 있어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국토부가 전달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미국 이송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국토부에 공유해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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