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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다지고 신사업 활로 모색…오너 3·4세, 연초부터 글로벌 보폭 확대
더팩트 기사제공: 2025-01-29 00:06:03

재계 총수 대신 글로벌 주요 행사 참석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세계적인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홍보 영상을 통해 미래형 조선소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세계적인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홍보 영상을 통해 미래형 조선소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HD현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오너 3·4세들이 연초부터 글로벌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신사업 진출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연초 주요 국제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예년처럼 다수의 국내 기업인이 참석했다. 지난 1971년 출범한 다보스포럼은 각국의 저명한 정치인과 학자, 기업인 등이 모여 세계가 당면한 현안을 토론하는 연례행사로,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자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계 총수가 아닌 오너 3·4세 중심의 포럼 참석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다보스포럼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재계 총수들의 참석은 뜸해지는 추세지만, 글로벌 인맥 다지기가 절실한 오너 3·4세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업적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업무를 맡고 있는 오너 3·4세들은 다보스포럼을 통해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신사업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너가 3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3년 연속 다보스포럼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에너지 산업 협의체와 공급 및 운송 산업 협의체에 잇달아 참여,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운송 등 다연료 미래의 실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박의 건조·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적인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홍보 영상을 통해 미래형 조선소의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왼쪽부터)과 김동원 사장, 이준표 SBVA 대표가 AI 혁신을 위한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왼쪽부터)과 김동원 사장, 이준표 SBVA 대표가 AI 혁신을 위한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도 다보스포럼 단골이다. 올해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한화 오피스를 꾸려 한화생명 주요 경영진과 함께 한국 경제 상황에 관심을 갖는 해외 주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 나섰다. 특히 AI와 디지털 혁신, 오픈 이노베이션 등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모색했다. 한화생명은 포럼 기간 중 SBVA, 셀라돈 파트너스와의 업무협약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GS 4세 중 맏형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도 꾸준히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도 참석해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을 살폈다. GS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다보스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회사 해외 사업을 소개하고, 파트너십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오너 3·4세들의 연초 글로벌 보폭 확대는 다보스포럼에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와 13~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 행사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재계 총수들보다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지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 아젠다를 다루는 국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올해 업계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CES 2025'에 이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도 참석하는 등 연초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CES 2025'에 이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도 참석하는 등 연초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새해 벽두부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인은 롯데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다. 그는 'CES 2025' 현장을 찾아 주요 기업 부스를 참관했고, 지난 9일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통해 글로벌 전략을 논의한 뒤 재차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는 신유열 부사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 잠재 고객사와 비즈니스 및 파트너십 미팅에 나섰다. 'CES 2025'를 통해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점검했다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네트워킹을 강화한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SK그룹의 오너 3세들도 글로벌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해 비즈니스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바이오 사업에 이어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 업무도 겸하게 됐다는 점에서, 최윤정 본부장은 추후에도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맥 다지기 및 성장 전략 알리기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SK네트웍스를 AI 중심 사업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최성환 사업총괄 사장은 'CES 2025' 현장을 누볐다. AI 관련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파트너십 강화를 꾀하는 자리로 'CES'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구성원과 만난 신년 대담에서도 "사업 전략 수립과 실천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올해 성장 키워드 중 하나로 AI를 제시한 바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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