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매출, 전년 대비 402.4% 급증…폭발적인 성장세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 증가하면서 현지에서 사케를 경험한 후 국내에서 재구매하는 사례 늘어나는 추세”
서울에서 와인 바를 운영하던 김모(38) 씨는 지난해부터 일본 사케를 전문으로 하는 사케 바로 업종을 변경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때는 홈술 트렌드 덕분에 와인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고객들의 취향이 일본 사케로 옮겨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030 세대 사이에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사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가벼운 음용감과 다양한 맛의 종류가 사케의 매력을 더한다"고 전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 수입 주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홈술’ 열풍으로 고공 행진하던 와인과 위스키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사케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인 엔화 약세와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로 사케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2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2만7441톤으로 전년(3만586톤) 대비 1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량도 8% 줄었다. 사케 수입량은 전년(5415톤) 대비 5% 증가한 5684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가 기존의 위스키와 와인에서 사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케 수입량은 아직 위스키 수입량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류·유통업계는 사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케 소비 증가는 장기적인 엔화 약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2020년 평균 1105.07원에서 2024년 900.36원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사케 구매 장벽이 낮아지며 소비가 확대됐다. 오마카세 등 일본식 요리 전문점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사케 소비가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니혼슈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문화와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현지에서 사케를 경험한 후 국내에서 재구매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서 고급 사케와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사케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올해도 수입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맛있는 술’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과일사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지난해(1~3분기 기준) 과일사케 매출 데이터를 보면, 2030 여성의 매출 비중이 53.4%에 달했다. GS25의 지난해 전체 사케 매출은 전년 대비 402.4% 급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사케 시장의 성장세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주류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업계는 사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이를 통해 주류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이 증가하며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희미해진 점이 사케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며 “일본 정부 역시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사케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당분간 관련 프로모션이 활발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케는 이제 단순한 일본 전통주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소비층과 새로운 맛을 겨냥한 전략으로, 사케가 국내 주류 시장에서 어떤 입지를 다질지 주목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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