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최종 계약은 유효” “다른 행정 명령으로 무력화 가능” 中, 낮은 사양으로 AI서비스 증명 양사 주력 HBM 수요 급감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도 두 변수가 ‘핵폭탄급’ 변화를 부를지, 혹은 미풍에 그칠지 의견이 엇갈리면서 귀추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법(칩스법) 보조금 지급 재검토 움직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최종 체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바이든 지우기’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세금이 낮다.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삼성과 SK는 미 정부와 최종 계약을 맺은 것이므로 아무리 새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이를 무위로 돌릴 순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하면 최종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다른 행정명령들로 이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것을 주문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집행을 중단하면 투자 지역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보조금이 무효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달러(약 53조4000억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세우는 데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딥시크 쇼크는 양사의 주력 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당 5000만원이 넘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가속기 사용이 곧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성능과 비례한다는 기존 법칙이 딥시크 개발로 흔들리면서다. 딥시크는 현존 최고 성능의 AI로 꼽히는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내기까지 반도체에 투자한 비용이 557만6000만달러(약 78억8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사양 AI 가속기를 쓰지 않아도 고성능 AI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면, 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HBM 역시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들이 목표하는 인간 수준의 AI인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하려면 여전히 고사양 하드웨어 투자가 필수불가결한 점, HBM 수요 정체의 반대급부로 저사양 AI 가속기에 탑재될 AI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겐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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