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이하 차량은 부담 적어…수요 더 늘어날 전망”
직장인 김모(35) 씨는 최근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SUV를 선호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량을 찾기로 했다.
김 씨는 한 중고차 플랫폼에서 3년 미만의 중고차 중 2000만 원 이하 차량을 중심으로 검색했다.
그는 "예전에는 3000만 원대 SUV를 고려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가격을 낮추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씨의 선택은 1800만 원대의 준중형 세단이었다.
그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감가상각도 적어 부담이 덜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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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서도 저렴한 차량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엔카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엔카믿고’를 통해 판매된 연식 3년 미만 중고차 중 2000만 원 미만 차량의 비중이 17.46%로 증가했다.
6000만 원 이상 중고차의 판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경기 불황과 연관 짓고 있다.
경기 침체 시기에 신차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지만, 중고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판매량 감소 폭이 작고, 보다 저렴한 차량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중고차 전체 거래량은 2022년 246만 대에서 2023년 255만 대로 증가했다가 2024년 253만 대로 소폭 감소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속 있는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2000만 원 이하 차량은 부담이 적어 더욱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중고차 거래는 꾸준한 경차 인기에 힘입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로 신차 판매량이 감소한 전기차(BEV)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신차는 전년(175만 2375대) 대비 6.5% 감소한 163만 8506대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234만 6267대로 전년(236만 3327대) 대비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승용 부문 중고차는 전년(195만 283대) 대비 1.0% 증가한 196만 9682대가 거래되며 시장의 견고함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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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고금리와 높은 가계 부채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자동차 구입 지출은 24.9% 급감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은 중고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료별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차(HEV) 중고 거래량은 전년(7만 1112대) 대비 27.8% 증가한 9만 863대로 집계됐으며, 중고 전기차 거래량은 3만 6050대로 전년(2만 4659대) 대비 46.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7.6% 증가한 39만 4613대로 집계됐지만, 전기차는 9.7% 감소한 14만 6883대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신차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중고 전기차 거래량만 증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한 전문가는 "중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2014년(65대) 이후 10년 연속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중고 전기차 거래가 활발했던 이유로는 전기차 화재 여파로 인한 중고 가격 하락과 함께, 2021년 출시된 전기차 모델이 본격적으로 중고 시장에 유입된 점이 꼽힌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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