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녹십자 주가가 빠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는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3.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8%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대비 수익률은 -29.4%포인트(P)로 저조하다.
이 기간 국내 기관투자가는 394억원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409억원, 영업손실 101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인 매출액 4553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밑돌았다.
이상기온이 이어지면서 독감 환자가 지난해 12월부터 늘기 시작했지만, 독감 백신과 치료제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혈액제제 알리글로 매출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녹십자는 2023년 12월 알리글로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면역글로불린 시장인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4분기에 6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쟁사 프로모션 영향으로 480억원에 그쳤다.
자회사 지씨셀 판관비 증가도 녹십자 연결기준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지씨셀 손실 규모가 전분기 대비 커지면서 기대했던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밀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한 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이 불가피했으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녹십자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7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7% 늘어난 규모"라며 "알리글로 매출이 늘고 자회사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가 본격화되며 해외 부문이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알리글로의 목표 매출액 도달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기와 자회사 비용 통제가 확인되는 시점에서 주가 상승 동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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