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정국 불안의 영향은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며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통상 갈등이 심화하며 세계 무역 위축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내놓은 “대외 여건이 악화하며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는 평가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KDI는 2월에 이어 3월에도 잿빛에 가까운 경기 진단을 이어갔다.
그동안 내수 부진에도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생산은 호조세였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수출 지표도 개선되지 않은 상황을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통상 갈등이 심화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KDI는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유지했으나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가격은 하락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 확대 영향이 파급돼 수출이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고도 봤다.
KDI는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주목했다.
1월 건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7.3% 줄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7.4%)보다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월 마무리 공사 집중으로 생산이 급증 한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작용하면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KDI는 “건설투자와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돼 선행지표의 개선세도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월 수출은 둔화세다.
일평균 기준으로 전월(7.7%)보다 낮은 -5.9% 증가율을 기록한 상황이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12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53.1%나 낮아졌다.
국가별로는 범용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중국 수출이 8.2% 감소한 가운데 미국 수출도 5.9% 줄면서 수출이 둔화했다.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향후 수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고용 여건도 둔화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노동수요가 감소하면서다.
1월 취업자 수는 정부 일자리 사업 재개에도 13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 일자리는 9만1000명 줄었고 건설업도 16만9000명 줄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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