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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금리는 내렸는데"…금융권, 대출 옥죄기 '엇박자 정책' 혼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에 금리인하까지 '엇박자 정책'
대출 증가 통제 '딜레마' 지적도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더팩트 DB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제한적 관리 기조는 유지되면서 은행들은 금리를 내리면서 대출 증가를 통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에선 딜레마를 풀기 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5년, 10년 주기형 가산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한다.

다만 기존 시행 중인 제한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수도권 대출 기간 만기 제한(30년), 다주택자의 구입자금용 주담대 제한, 임대인 소유권 조건부 제한(전세대출) 등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며 "투기수요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방지를 위한 가계대출 정책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지난달 28일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농협은행도 6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주기형 상품과 변동형 상품 금리를 각각 0.20%포인트, 0.30%포인트 낮췄다. 비대면 신용대출은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 역시 이날부터 대면 주담대 상품(혼합형)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한다.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가산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뒤 올 2월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2년 4개월 만에 연 2.75%로 내려왔다.

다만, 금리 인하기에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1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평균 1.38%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22년 8월(1.35포인트)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더불어 5대 금융지주는 예대금리차에 따른 마진이 커지면서 지난해 순이익 18조8742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이에 '이자 장사'라는 비판 여론도 따랐다.

금융당국에선 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려줄 것을 은행권에 요구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대출 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지난달 26일 '2025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서 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시차 없이 내렸다"며 "시차를 가지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대출 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뉴시스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 금리를 내린 가운데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제한적 관리 기조는 유지되면서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금리를 내리면서 대출 증가를 통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예상치인 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1~2%대로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와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주택거래와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이후 강남 3구를 포함한 상급지를 중심으로 창구에서 가계대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다 가계대출 금리도 인하하면 지난해 상급지 중심의 거래가 확대되면서 가계대출 급증했던 것이 재현될 수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과 부동산 양극화 관련 당국의 당부사항도 지키기 위한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3조원 넘게 불어나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6조7519억원으로 지난 1월 말보다 3조 931억원(0.4%) 늘었다. 특히 5대 은행의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83조3607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3835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딜레마를 풀기 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은 맞고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다양한 대출 관련 제한 조치를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증대에 대한 관리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도한 가계대출 증대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유지되고 있는 제한 조치를 유지하면서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와 대출총량 관리라는 딜레마를 풀기 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금리 인하 폭 조절 및 총량 관리에 노력 중"이라며 "지난 2월 정책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에 있으나, 은행 자체 주담대 등은 적정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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