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한경변도 '나 홀로 입찰' 대부분
공사비 급등에 몸 사려
"경쟁 입찰시 사업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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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정비사업장의 알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한강변마저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계산기만 두드리다 결국 발을 빼는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한 탓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도시정비사업장의 알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한강변마저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계산기만 두드리다 결국 발을 빼는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한 탓이다. 1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참여 건설사가 없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15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7일 두 번째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효성중공업, BS한양, 한신공영, 진흥기업 등이 참석했다.
방배15구역은 지난달 27일 첫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다. 1차 현장설명회에 10개사가 참석했고 이 중 5곳이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 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합은 바로 공고문을 냈다. 입찰보증금은 400억원으로 예정 공사비는 평당 870만원, 총 7553억원이다.
방배15구역은 방배동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대규모 단지다. 8만4934㎡에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에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그런데도 시공사들이 경쟁입찰을 꺼리고 있다.
지난 4일 마감한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 역시 GS건설의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총공사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하고 강남권 상급지로 꼽혀 삼성물산이 참여를 고려했지만 결국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시공사 찾기가 어렵자 입찰 조건을 변경하는 조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조합은 지난 7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벌써 네 번째 도전이다. 조합은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허용했다. 컨소시엄 불가 조건에 시공사 찾기가 어려워지자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처럼 유찰이 이어지면서 수의계약을 맺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정비사업장 30여 곳 중 여의도한양·도곡개포한신아파트 단 2곳에서만 경쟁입찰로 시공사가 결정됐다. 최근에도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강변 아파트임에도 2차 경쟁입찰까지 무산되면서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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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조합은 지난 7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벌써 네 번째 도전이다. 사진은 신당10구역 조감도. /서울 정비사업 정보몽땅 |
예년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수도권 핵심지 정비사업장에서 단독 수주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보장된 곳에만 몰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회수가 중요한데 경쟁입찰을 하면 공사비가 낮아야 수주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아져 수주하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입찰에 나서면 설계, 홍보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수주에 실패할 경우 손해가 크다"며 "요즘 다른 건설사가 공을 들이는 사업장에는 도급 순위가 높은 곳도 웬만하면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경쟁 없이 시공권을 따내면서 수의계약을 맺는 것이 조합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합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공사 간 적당한 경쟁은 아파트 가치의 큰 상승을 불러온다. 반면 경쟁이 사라질수록 시공과 관련된 선택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사비나 향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하락 압박이 있는 데다 공사비 상승까지 겹친 상황이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주 경향이 커졌다"며 "서울 강남권마저 수의계약이 될 정도면 다른 사업지는 시공사를 구하기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