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실패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패자 부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할 때까지 믿고 기다려줬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팀들이 H증권(한양증권)에는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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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스타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는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11일 출간한 인생 경영서 ‘성공, 꿈꾸지 말고 훔쳐라’를 통해 "삶도 경영도 1인치 앞선 전략이 승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38년 몸담은 기업금융 전문가인 임 대표는 아이엠투자증권 CEO를 거쳐 2018년 한양증권 CEO에 부임했다.
한양증권에서 이른바 텐베이스(10x) 신화를 이끈 그는 이제 다음 달부터 다올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임 대표는 한양증권을 떠나기 전 출간한 이번 책에서 "하나의 조직이 성공하려면 3M이 훌륭해야 한다"고 말한다.
3M은 Man(사람), Money(돈), Mechanism(메커니즘)이다.
그가 처음 한양증권에 왔을 당시, 증자가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사람과 메커니즘으로만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는 "똑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조련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사람 못지않게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2곳에서 매출 신기록을 달성한 임 대표에게 기업 경영이란 무엇일까. 그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꿈과 비전, 목표, 그리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H증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또한 내가 추구한 기업 경영의 가치였다"며 "문제는 이러한 이상적인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철저히 나의 방식대로 풀었다"고 했다.
이를테면 '착한 실패'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전을 독려하고, 패자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고, CEO로서 믿고 기다렸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팀들이 H증권엔 정말 많다"고 하니, 그의 4연임 동안 한양증권이 강소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던 셈이다.
조직 구성원들과 하나(one team)가 되고자 한 것 역시 그가 중요시한 대목이다.
"달리기가 종교와도 같다"는 그에게도 7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30대 초반 직원들과 어깨를 맞대며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나는 회사의 모든 조직 문화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석해왔다"고 말했다.

춘하추동 4계절로 구성한 이번 책에서 임 대표는 인생의 흐름을 사계절에 비유하고, 단계마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먼저 봄에서는 인생을 사는 법, 즉 '삶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름에서는 한양증권 CEO로서 자신의 두 가지 전략 포인트이기도 했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하는 것 ▲매력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소개한다.
그는 "두 전략 포인트는 대단히 기발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우리의 처지를 탓하기보다는 약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점을 새롭게 바꾸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조직의 성장과 조직 구성원의 변화로 이어졌다.
가을에서는 '열정'을 강조했다.
임 대표는 적지 않은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자신이 CEO직을 유지하는 비결로 "호기심이 새로운 목표를 만들고 그 새로운 목표가 미친 열정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겨울에서는 '집착의 역설'을 언급했다.
그는 "세상에는 쥐려고 할수록 안 쥐어지는 것들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특히 자식은 더욱 그렇다.
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이들에 초연하고 집착을 떨쳐버렸을 때 이들은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찾아든다"고 전했다.
학보사 기자 출신인 임 대표는 매달 사내 인트라넷에 직접 쓴 CEO스피치를 올려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간 한양증권에서 쓴 메시지만 무려 2000장 분량에 달한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이유는 "CEO의 생생한 육성이 담겨야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생 경영서 역시 업무 틈틈이 휴대폰 메모장에 직접 써서 완성했다.
임 대표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숱한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묵묵히 이겨내니 CEO라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삶의 굴곡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게 된 비결을 전하고자 쓴 책"이라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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