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교역 상대국의 모든 규제를 없애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들 요구를 어떻게 이용할지 한국 정부와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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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는 한국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
NCBA는 “중국,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미국은 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USTR도 지난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으나 16년간 유지되고 있다며 사실상 수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USTR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관행을 식별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한국은 미국과 다시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행보를 봤을 때 한국 정부가 느끼는 압박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한국에서 꺼내기가 어려운 주제라는 점이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촉발한 예민한 먹을거리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중단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논의하면서 미국 측과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위험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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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미국산 소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광우병 논란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3개월여간 이어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촛불집회는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넘게 이어졌다.
시위대 행진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 장벽, 물대포 등이 등장하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있었다.
시위가 최고조였던 6월에는 경찰 추산 8만명, 주최 측 추산 70만명이 광화문과 서울광장 인근을 가득 메웠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부는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30년 미만 소고기라는 제한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22만1629t으로, 전체 소고기 수입 46만1027t 중 점유율 1위(48.1%)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계는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30개월령 미만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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