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획할 때부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고객한테 보이는 안내 메시지부터 집중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정리했습니다.
”
지난 10일 경기 의왕 농협통합IT센터에서 만난 박도성 농협은행 IT부문 부행장은 2023년부터 이어온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구축의 중점사항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앱에서 볼 수 있는 메시지 단어부터 살피거나 설 연휴 폭발적인 거래량에 대비해 서버 시스템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등 농협은행 앱 ‘올원뱅크’ 슈퍼앱 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
향후 은행권 최초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한 재해복구(DR)센터 운영 고도화 등 혁신을 거듭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은 2023년부터 시작됐다.
시스템 개편에 착수한 이후 올원뱅크 슈퍼앱화를 중심으로 금융상품몰 구축, 상품가입 프로세스 전면 개편 등을 거쳤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올해 설 연휴 시스템 개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우선 올원뱅크를 통해 영업점 방문 없이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풀뱅킹(Full Banking) 서비스가 완비됐다.
금융상품몰이나 계좌관리 등 앱 관련 서비스를 단일한 과정으로 개발해 UI(사용자 환경), UX(사용자 경험)를 강화했다.
앱 응답속도도 평균 25% 이상 개선했으며 금융권 최초로 37개 디지털금융(인터넷·스마트뱅킹 등) 전 시스템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기존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효율은 높아 서비스 적용도 업무시간 중 수시로 가능하다.
박 부행장은 2년 가까이 진행된 프로젝트의 성공은 직원들의 헌신적인 태도가 주요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직전부터 IT 및 본부부서 직원 약 900여 명이 CBT(Close Beta Test)에 참여해 각종 오류를 잡아냈다.
이후 설 연휴에는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센터로 출근해 비상상황에 대비했다.
그는 “테스트나 검증 작업에 직원들이 3차에 거쳐 참여하고 오류들을 찾았는데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오너십을 갖고 해준 부분이 성공의 가장 큰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 플랫폼 전환 과정에서 큰 사고는 없었지만, 직원들의 노력이 마치 ‘백조’같다고 표현했다.
박 부행장은 “백조처럼 물 위는 잔잔했지만 물 아래에서 발을 마구 굴리는 것과 같이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도 큰 위기는 있었다.
박 부행장은 설 연휴 기간 서비스 개시에 앞서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일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했다.
그는 “3개월 전에 세운 거래량 추정 시나리오에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며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31일에 6일 동안의 거래가 폭발하게 됐고 그날이 플랫폼 전환을 하는 시기와 하필 겹쳤다”고 밝혔다.
실제로 31일 하루 동안 평소 대비 거래량이 약 215% 증가했다.
박 부행장이 한 선택은 서버 시스템 성능을 최대치로 올리는 것이었다.
일상에선 비용 문제로 시스템의 50%만 활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나 서버업체 등에 요청해 임시로 설 연휴 기간에 성능을 최대치로 높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그 결과 고객들이 큰 불편을 느끼진 않았다고 농협은행은 설명했다.
플랫폼 구축의 중심은 무엇보다 고객이었다.
박 부행장은 앱이나 인터넷에서 고객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령층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의 특성도 고려됐다.
이에 표준 가이드를 만들어 오류나 안내 메시지를 정비했다.

이번 플랫폼 전환에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격려와 노력도 숨어있었다.
특히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박 부행장에게 플랫폼 전환에 대해 특별히 강조했다고 한다.
강 행장은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 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사내에선 ‘올원뱅크의 아버지’로 통한다.
박 부행장은 강 행장 취임 후 첫 성과물 중 하나라며 “사업을 직접 구상하신 만큼 이해도도 높아 특별히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셨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설 연휴 기간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구내식당을 열고 협력업체 직원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노동조합의 경우 분식차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실제로 센터 정문 앞에서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분식차를 운영했다.
박 부행장은 “300인분을 준비했다는데 매일 금방 동이 났다”고 덧붙였다.
향후 농협은행의 IT사업에 대해 박 부행장은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펼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에 적합한 분야에 대해선 과감하게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이번 디지털금융 전 분야에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이 그 예다.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백업센터가 경기 안성에 있지만, 공간적으로 부족한 만큼 재해복구(DR)센터 업무를 외부(AWS·네이버 등)에 맡기는 퍼블릭 클라우드 전략을 은행권 최초로 전면 도입했다.
박 부행장은 “PaaS(서비스형 플랫폼)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개발자들이 수시로 서비스를 만들어 수시로 배포할 수 있게 돼 향후 슈퍼앱 전환뿐 아니라 우리가 열위에 있는 기업뱅킹이나 글로벌뱅킹 비대면화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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