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린 인텔이 20년 이상 경력의 공인된 반도체 전문가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앞세워 반전을 꾀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살리기' 움직임이 가쁜 가운데 TSMC와의 팹리스 동맹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인텔은 12일(현지시간) 립부 탄 전 케이던스 회장을 오는 18일 차기 CEO로 공식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립부 탄 신임 CEO는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인텔을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 기업이자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텔의 미래를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립부 탄 CEO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약 12년간 미국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인 케이던스의 CEO로 재직하며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 인물이다.
그의 재임 시기 주가는 3200%나 상승했다.
CEO직을 내려놓은 후인 2021~2023년에는 회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인텔 이사회 멤버로 작년 8월까지 2년간 재직해 인텔 주주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CEO 선임 소식이 알려진 후 모처럼 투자자들도 웃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임 소식이 알려진 후 주가가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서 13%나 급등해 23.28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짚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 등 경쟁사 대비 파운드리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작년 기준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프랭크 D. 이어리 인텔 이사회 의장 역시 그에 향해 "주주 가치를 창출한 뛰어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차기 CEO에게 주어진 숙제는 인텔 본연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결단이다.
시장에선 TSMC 주도의 합작투자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이날 대만 TSMC가 인텔 공장을 운영할 합작사 설립을 위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미 주요 업체들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대만 연합보 등은 TSMC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인텔 파운드리 부문 지분 20%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인텔에서 임시 CEO직을 수행해온 데이비드 진스너는 부사장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는 인텔 제품 부문 CEO를 유지한다.
임시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프랭크 D. 이어리는 독립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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