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정국과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 업계가 얼어붙고 있다.
불안한 정국에 돈줄을 쥔 기관들은 사모펀드(PEF) 출자 기준을 강화하고, PEF들도 예상보다 얼어붙은 시장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와 연기금들은 PEF 평가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자체적으로 '검열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불확실한 정국도 불안 요소다.
한 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최근 공제회 경영진 간의 만남에서도 정권 불확실성에 대한 아쉬움이 화제였다"라며 "인사 관련 불확실성도 있고, 공적 자금을 운용하다 보니 정치권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미 국민연금은 최근 MBK파트너스에 투자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향후 다른 사모펀드(PEF)와 운용계약을 체결할 때도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공단도 운용사 선정에 경영 안정성 등을 녹여낼 방침이다.
교직원공제회도 운용사들이 투자기업을 잡음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쩐주'들은 물론 이들의 출자를 받아 운용하는 PEF들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2004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출발한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점차 개선됐지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만 해도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긍정 반, 부정 반이었다면 최근 홈플러스 기습 기업회생 절차 신청 사태로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것이다.
한 PEF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먹튀'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사모펀드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치를 키워 올리며 오너 경영과 다른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인식이 점차 퍼지는 상황이었다"라며 "이번 일로 모든 게 한 번에 무너진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선례도 PEF 업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업 소유주가 아닌,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사재를 출연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외부 자금을 운용하는 역할인데 투자 실패 책임을 물어 사재 출연하는 선례가 남으면 운용사도, 출자하려는 기금들도 서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만, 업계 차원에서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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