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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책이 정치가 되면 안되는 이유


'주담대 오픈런(열림과 동시에 달려들다) 꿀팁'


최근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조회 수가 가장 많았던 인기 글이다.
인기가수 공연 티켓도, 명절 KTX 예매도 아닌 주택담보대출에 '오픈런'이라니.


속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연말 대출 셧다운으로 억눌린 수요가 올해로 이연된 데다, 은행들이 통상 연간 혹은 분기별로 관리하던 대출총량을 일별로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금융당국은 표면적으로는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행권에 알아서 '운용의 묘'를 살리라는 난도 높은 과제를 안겼다.
그러자 은행은 자체적으로 일별 관리에 나서며 상시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거기다 지난달 13일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전격 해제하면서 불붙은 대출 수요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자 일부 은행의 비대면 주담대는 오전 9시 영업개시와 동시에 동이 나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오픈런을 할 만큼 대출수요가 늘자 가계부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9000억원 감소)에 감소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압도적으로 컸다.
전월 대비 5조원 늘었는데, 이는 1월 증가 폭(3조2000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결국 토허제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로 확대 재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토허제를 해제한 지 35일 만이다.


서울시의 토허제 헛발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금리 인하 사이 줄타기 속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생활인들이 일선 현장의 혼란을 오롯이 떠안고 있다.


은행 창구에는 민원성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계약을 앞두고 대출 실행 여부에 대해 확답을 받았지만, 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대출이 막히게 되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대출 창구 직원들은 3D업종입니다.
정책은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바뀌지, 대출 문의는 밀려들지, 그 와중에 수요자들 민원까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창구 직원은 기피하는 자리에요"라고 푸념했다.


부동산 현장도 패닉이다.
토허제 해제로 급매물이 소화되던 와중에 토허제가 확대 재지정되자 대출이 막힐까 봐 걱정하는 계약자들의 문의가 빗발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산권 보호, 자유시장 원리에 기초한 정책이라 해명했지만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둔 정치적 선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정책이 정치가 되면 안 된다.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담보될 때 힘을 발휘한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국이 혼란을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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