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차·타이어 관세 피해 현지 생산 추진… 국내 공동화 우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27 06:00:00

산업계 보호무역 피해 가시화
美 이어 EU도 철강 쿼터 재조정
韓수출 최대 14% 줄어들 가능성
현대제철 국내 구조조정하면서
美에 8.5조 규모 공장 신설 발표
현대차 완성차 생산공장 건립에
한화는 호주조선업체 지분 매입
타이어업계선 해외 생산량 늘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수입 철강에 대해 쿼터(할당량)를 재조정함에 따라 기존 EU로 수출하던 철강의 최대 14%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공급망 확충과 제3시장 개척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생산을 해외로 돌릴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6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다음달 1일부터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시행한다.
세이프가드는 2018년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할당량) 수준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제품군별로 각국 쿼터가 조정된 가운데 한국의 경우 수출량이 가장 많은 열연 쿼터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4월1일∼6월30일 기준 한국 열연 쿼터는 18만6358t이었으나, 개정에 따라 약 14 줄어든 16만1144t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이러한 세이프가드 재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의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12일부터 수입 철강에 대해 쿼터 없이 관세(25%)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한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영국 제외)에 국내 철강 381만4641t이 수출됐다.
국내 철강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미국은 276만6234t으로 4위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관세 부과 등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 공급망을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 대규모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에서 완성차 생산 공장(현대차)에 이어 제철소(현대제철)까지 미국 현지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조선 및 방위산업체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인 후방 산업인 타이어 업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활로를 찾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북미 수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 공장의 타이어 생산량을 현재 연 550만개에서 올해 연 1200만개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공장을 증설해 배터리(납축전지) 생산능력도 연간 150만대에서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단기적으로 한국, 베트남, 중국, 미국의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해 생산 물량과 공급을 재배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 증설과 유럽 신공장 건설을 통해 현지화 공급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제조업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을 늘리며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대제철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를 시작하며 전 세계적 관세 전쟁에 일본과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 등에 기업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58억달러(8조5000억원) 규모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오프쇼어링을 위한 국내 산업 철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보복 관세 움직임에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현지 제철소나 조선소를 입수하거나 설립하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해외 진출로 인한 국내 산업 공동화는 물론이고 해외 이동이 힘든 하청 업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복진·백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