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마저 적자전환하거나 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18위 서희건설이 2000억원대 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교회를 가장 많이 지은 건설사인데, 2010년 이후 지역주택조합 도급사업 수주에 눈을 뜨면서 홀로 성장세를 지키게 됐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4736억원, 영업이익 23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2%(317억원), 3.3%(75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서희건설 실적 잔치= 영업이익률은 16%이고, 당기순이익은 1593억원으로 전년(1267억원)보다 25.7%(326억원) 늘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 침체 여파로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위 10대 건설사 중 이날 기준으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7곳 가운데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2곳뿐이었다.
현대건설은 적자 전환했다.
DL이앤씨는 영업이익이 18% 줄어 2709억원에 그쳤다.
포스코이앤씨는 69% 급감한 618억원을 기록했다.
서희건설은 땅을 사서 분양까지 책임지는 자체 시행 방식 대신, 조합이나 공공기관 등 외부 발주처로부터 시공만 맡는 도급 방식에 집중한다.
시행은 조합이나 공공기관에서 하고 시공만 서희건설이 하기에 사업 안정성이 높다.
분양이 잘되든 안 되든 시공비는 받는 구조라 미분양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특화돼 있다.
조합원 80% 이상 모집 뒤에 착공하고, 토지 확보 이후에만 시공에 들어간다.
이런 특성 덕분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실적 방어가 가능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희건설 매출의 97% 이상이 도급 공사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건축이 89.2%를 차지했고 토목이 8.07%, 플랜트는 0.06%였다.
서희건설은 원래 교회 건축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다.
1999년 포항중앙교회를 시작으로 2014년 기쁨의교회까지 전국에 40개 교회를 지었다.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교회를 지은 시공사였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단기간 수익보다 완공 가능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둔 전략을 유지해왔다.

◆교회 건설사업 후 지주택으로 내실 다져= 수주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총 5건, 약 9791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따냈다.
연말 기준 수주 잔고는 1조9228억원에 달한다.
주요 매출처는 강화·평택(2곳)·대구 등 지역조합과 포스코 등이다.
이들 5곳이 전체 매출의 37%(별도 기준)를 차지했다.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
청구했지만 아직 못 받은 돈인 공사미수금은 1년 전보다 48.7% 줄어 1240억원으로 내려갔고, 덕분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배 넘게 늘어 2428억원을 기록했다.
총부채는 56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1284억원) 줄면서 재무 안정성이 한층 높아졌다.
원가 관리도 강점이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매출원가율(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79%로, 대형사도 버거운 고물가 환경에서도 잘 버텼다.
회사 측은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사업지만 골라서 수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부 현장 인력을 조정한 것도 매출원가 부담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매출원가에 포함된 종업원 급여는 543억원으로, 전년(566억원) 대비 약 23억원 감소했다.
다만 판매비와 일반관리비에 포함된 인건비는 증가했다.
본사 등 관리 부문 인건비는 전년보다 약 38억원 많은 408억원을 기록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착공이 끝난 사업지 인력이 다른 현장으로 옮겨가는 계약직 구조여서 일부 인원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청구공사 금액은 784억원에서 1035억원으로 약 32% 증가했다.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에 아직 청구서를 보내지 않아 받지 못한 돈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청구 지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공사 일정 지연이나 정산 협상 지체 등에서 비롯됐을 경우 유동성 리스크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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