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유럽군' 창설 촉구…"단일 국방·안보 정책 구축"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3-27 20:29:49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오랜 동맹국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군을 창설하자고 촉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 의회 연설에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병력이 하나의 깃발 아래 동일한 목표로 함께 움직이는 유럽군을 창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것이 우리가 진정한 연합이 되고 유럽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군사·경제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스페인과 유럽 전체가 안보·국방에 대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며 "우리의 상공, 인프라, 국경이 보호받을 것이라 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모스크바나 워싱턴의 사고방식과 리더십 변화에 따라 살 수 없다"며 "유럽인들은 우리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하며, 세계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가 지금까지 27개국의 각기 다른 국방 전략을 조율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제는 공동 재정 수단을 갖춘 단일 유럽 국방·안보 정책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안보 통합 추진은 국가 간 병력의 상호운용성 확보, 방위 산업 통합, 내부 시장의 회복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동 방위 채권 발행도 제안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산체스 총리가 헝가리 등 친러시아 국가들이 공동 방위 구상에 제동을 거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올해 초 유럽군 창설에 반대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입장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지난 1월 22일 유럽방위청(EDA) 연례 포럼에서 "우리는 경쟁자를 억제하고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유능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27개의 유럽 군대가 필요하지, 단일 유럽군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스페인의 국방비 지출 실태와도 충돌한다고 꼬집었다.
스페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중 국방비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나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의 1.3%만 국방비로 지출했다.
나토의 목표치인 최소 2%에 크게 못 미친다.
스페인은 2029년까지 이 목표치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국방비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회·환경 예산은 단 1센트도 삭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