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내수, 각종 지표 마이너스 행진
트럼프 관세 리스크는 우리 경제 옥좨
산불까지 덮치자 지역경제 피해 심각
해외IB들 ‘韓 성장률 0%대’ 등 줄하향
피해 복구·AI 기술 경쟁 등 지원 집중
정부 추경카드 뽑았지만 효과 불투명
정부가 ‘10조원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년 내내 계속된 내수 부진이 올해 들어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 영남권 일대를 휩쓴 최악의 산불로 ‘벚꽃 특수’도 사라진 상황이다.
여기에 4월부터는 미국발 상호관세 조치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2분기 이후 경기 전망은 온통 ‘잿빛’뿐이다.
글로벌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0%대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왔다.
정부가 추경의 콘셉트를 ‘산불’이 아닌 대내외 악재에 대응하는 ‘필수’로 확장한 이유다.
추경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릴 수는 없더라도 떨어지는 폭을 낮추는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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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이 손님을 위한 테이블을 준비한 채 대기 중인 모습. 뉴스1 |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0.8% 각각 감소했다.
주요 업종의 카드소비도 줄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 관련 대부분 업종에서 작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카드 매출이 12조700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2200억원가량(1.8%) 줄었다.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불로 인한 지역 경제 피해까지 심각하다.
지난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며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번 사태와 같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2일(현지시간) 각국의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고려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미국발 리스크가 가시화하자 정부는 통상 대응을 ‘필수 추경’에 포함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통해 우리 수출기업의 무역 금융과 수출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고,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을 위한 지원도 추가된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 AI 기술 경쟁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추가 확보하고, 중소기업 등의 AI 컴퓨팅 접근성 제고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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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영국계 IB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지난 2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은 0.9%로 하향 조정했다.
HSBC도 최근 1.7%에서 1.4%로 낮추면서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임에도 약세인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바클리도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종전 2.0%에서 1.2%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부 추경 편성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하고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제시한 10조원이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추경을 뒷북 제출하면서 급하니 국회의 심사과정은 생략해 달라는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태도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박영준·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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