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날씨가 부쩍 따뜻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이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등이 대부분 겨울에 시작돼 날씨가 풀리는 봄·여름께 사라지는 특성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기온이 오르면서 확산세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날씨와 코로나19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도 코로나19가 등장한지 3개월밖에 안 된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초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코로나19가 날씨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중국 중산대학 연구팀이 지난 1월20일부터 2월4일까지 중국 등 24개 국가 429개 도시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바이러스는 8.72도에서 가장 빨리 전파되며 그 이상에서는 확산세가 둔화되는 특성을 보였다.

게다가 과거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의 경우 코로나19 발병 시기와 비슷한 12월 말께 시작돼 이듬해 7월 소멸됐다.
사스는 기온 38도, 습도 95% 이상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급격히 소멸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메릴랜드대학 연구진도 질병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과 국내를 비롯, 확진 환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 등이 모두 비슷한 위도(북위 30~50도)에 분포하며 온도와 습도가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코로나19가 특정 기후에 영향을 보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또 최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추운 지역인 뉴욕, 워싱턴, 콜로라도 등에서는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애리조나,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부 주에서는 확산세가 다소 더딘 편인 점도 근거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최근 여름으로 접어든 호주, 브라질 등에서 매일 수백여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1년 내내 고온 다습한 날씨를 유지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각각 확진 환자가 1000명, 2000명 이상 발생하면서 이런 주장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가 똑같은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스가 2003년 여름에 사라졌다는 것은 널리 퍼진 오해에 불과하다"며 "사스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강력한 보건 노력 끝에 통제된 것이지 소멸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열대기후나 남반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날씨와 영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 시러큐스대학의 브리타니 크무시 교수(공중보건학)는 "(열대지방 환자들이) 여행과 관련이 있는지, 기존 확진자와 관련이 있는지, 감염 경로를 알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코로나19가 계절성이 있다면 기존 확진자에 연계된 환자는 생기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WHO도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코로나19는 덥고 습한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전염될 수 있다"며 "잘못된 희망을 품지 말고 계속 확산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응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