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온라인인터뷰]새 앨범으로 돌아오는 조성진 "슈베르트와 낭만에 빠져보세요"

피아니스트 조성진. 제공|Christoph Kostlin, DG

조성진 앨범 ‘방랑자’(The Wanderer) 커버. 제공|유니버설뮤직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2015년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새 앨범 ‘방랑자’(The Wanderer)를 다음달 8일 발매한다.
도이치 그라모폰과 네 번째 레코딩 앨범으로 조성진은 19세기 낭만주의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곡들을 직접 골라 연주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조성진은 코로나19로 콘서트를 쉬며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새로운 영감에 빠져들고 있다.
조성진이 서면인터뷰를 통해 새 앨범과 음악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새 앨범 제목을 ‘방랑자’라고 지은 이유와 여러 음악가의 작품을 한 앨범에 담게 된 배경은.
지금까지는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 등 한 작곡가의 작품만 녹음했는데 사실 레코딩 할 때는 한 작곡가만 레코딩하는 게 더 편한 점이 많다.
그래도 한 번은 리사이틀 프로그램 같이 여러 작곡가들을 엮어 녹음을 해보고 싶었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콘셉트에 맞춰서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짜는 걸 참 잘하는데 나는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는) 고심 끝에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른 곡들을 정했다.
앨범에 방랑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슈베르트 방랑자 악장 때문이다.
방랑이라는 게 낭만주의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던 것 같다.
특히 슈베르트한테는. 보통 피아니스트나 뮤지션이 방랑까지는 아니지만 여행을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이런 점이 이 시대 뮤지션과도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해서 그렇게 선택했다.
- 슈베르트, 베르크, 리스트까지 모두 직접 선곡했다.
이렇게 앨범을 구성한 이유가 있나?
일단 세 곡은 공통점이 있다.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연결이 돼있다.
악장마다 쉬지 않아서 한 악장의 소나타처럼 들린다.
리스트 소나타도 마찬가지다.
베르크 소나타는 한 악장의 곡이긴 하지만 몇 개의 주제를 가지고 한 곡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 지난 쇼팽 녹음에서 수많은 테이크를 녹음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어진 것을 선택했다.
이번 녹음 과정은 어땠나?
‘방랑자 환상곡’을 지난해 6월 베를린에서 녹음을 했을 때 녹음을 다 마치고 관객을 20~30명 불러서 연주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쳤다.
그게 방랑자 환상곡 뮤직비디오 장면이다.
녹음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들어보니까 관객들 앞에서 친 그 테이크가 가장 괜찮게 들려서 그 테이크를 베이스로 썼다.
베르크 소나타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테이크를 썼다.
리스트 소나타 때는 관객이 없어서 프로듀서 2~3명 앞에서 연주를 했는데 마찬가지로 그 테이크를 썼다.
-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가 인생의 모토라고 한 적이 있다.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내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결론이 나온 것 같다.
‘그게 좋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아닐까. 특히 어떤 선택이나 결정 같은 것을 할 때 너무 많이 생각하면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헷갈리거나 의구심이 들 때가 있는 것 같다.
항상 제일 중요한 결정일 때 더 머리를 비우고 음악을 할 때만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갈 때는 생각을 많이 비운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음악도 주저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감 있게 하려면 생각과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자신과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앞서 “클래식이 대중화가 되면 본질이 흐려진다.
대중이 클래식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대중의 클래식화’는 어떤 것인가?
클래식 음악, 고전 음악을 팝이나 K팝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클래식 음악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찾고 음반을 듣고 음악을 더 알게 되면 그것만큼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익숙한 곡들로 먼저 시작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쇼팽, 녹턴 이런 것들로 시작을 하면 정말 좋지만 클래식 음악은 굉장히 방대한 게 또 매력이다.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그런 것들을 다 들어보고 취향대로 사람들이 음반도 사고 연주회에 가고 그런 것이 ‘대중의 클래식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크로스오버 하시는 분들 존중하고 (그게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말러, 스트라빈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링 콰르텟 이런 거에 대해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 코로나19로 라이브 스트리밍 등 온라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3월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에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했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아이디어를 줬다.
나도 5년 만에 처음 이렇게 오래 쉬고 있다.
괴르네는 커리어가 30년이 넘었는데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얼마나 이 상황이 어색하겠나.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음악가들 중에 워커홀릭이 많다.
나도 약간 마찬가지고. 그런데도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베를린에 살다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
나도 관객 없이 라이브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콘서트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다.
도이치 그라모폰 세계 피아노의 날 라이브 스트리밍에도 참여했는데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서 소리가 조금 아쉬웠다.
- 쇼팽 콩쿠르가 9월로 연기됐다.
콩쿠르에 출전한 이들은 6개월 정도 더 긴장감 속에서 지내야 한다.
선배이자 우승자로서 조언해준다면?
내가 참가했을 때 바르샤바의 10월은 정말 추웠지만 점점 더 추워지니까 따뜻하게 입고가는 걸 추천드린다.
그리고 당시엔 모든 참가자가 같은 호텔에 있었는데 쇼팽 콩쿠르를 보러오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그 호텔수용 인원이 2000~3000명 정도인데 다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아침 먹기가 힘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한테 그러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2, 3차 때는 커피숍에서 아침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웃음).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항상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7월 한국 공연이 성사되길 바란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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