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가 국내 출시됐다.
아이폰SE 2세대는 출시 전부터 무성한 소문과 함께 기대를 모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작은 크기에 아이폰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품이 공개된 뒤에는 50만원대 가격에 최신 플래그십급 성능을 갖춰 생태계 파괴자라고 불리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출시일 풍경은 사뭇 다르다.
신제품 출시일마다 긴 줄이 늘어섰던 애플스토어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은 탓이다.

| 아이폰SE 출시일 애플 가로수길 풍경

예년과 다른 아이폰 출시일 애플스토어 풍경

아이폰SE 국내 출시일인 5월6일 오전 11시. 국내 유일의 애플스토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앞에는 3명 남짓한 사람이 줄을 섰다.
예년과 달리 애플스토어 개장 시간 1시간 전임에도 매장 앞은 한산했다.
11시 30분이 돼서야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애플스토어가 문을 연 낮 12시 이후 지속해서 사람들이 발걸음했지만,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 출시 당시 오전 8시부터 약 70여 명이 줄을 선 것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아이폰11 프로' 애플스토어 1호 구매자는 전날 오후 5시부터 가로수길 앞에서 매장 오픈을 기다렸다.

이날 대기 줄의 맨앞에 선 최준서 씨(17세)와 한승민 씨(17세)는 경기도 용인과 제주도에서 올라와 오전 8시부터 애플스토어 앞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격도 싸고, 홈 버튼이 다시 생겨서 아이폰SE 구매를 결정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밤샘 줄은 이미 옛말...애플스토어는 달랐다

스마트폰 출시 당일 긴 줄을 늘어선 풍경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빨리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장을 찾았지만, 이제 구매 창구가 매장으로 한정되지 않고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해졌고 사전 예약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선착순 경품 행사 등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동통신사에서 제품 출시 행사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인 여론 탓에 대부분 줄 세우기 대신 사전 선발 형태로 출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애플스토어는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붐볐다.
지난 2018년 1월 처음 문을 연 애플 가로수길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축제의 장이 됐다.
국내 유일의 애플스토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애플의 오랜 팬들은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신제품 출시 당일 애플스토어를 찾는다고 말한다.
이날도 애플스토어는 일렬로 늘어선 직원들의 박수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제품 구매자가 나올 때마다 박수갈채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 국내 애플스토어 아이폰SE 1호 구매자 최준서 씨(왼쪽)와 한승민 씨

매장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애플스토어의 모습도 달라졌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국내 애플스토어는 중화권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8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매장 운영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됐다.

| 애플스토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됐다.

이날 매장 앞에는 보안 직원과 애플 직원 10여명이 나와 체온계로 열을 잰 뒤 간격을 두고 방문객을 매장으로 들여보냈다.
매장 주변에는 줄을 유도하는 검은색 띠로 둘려 있었다.
제품 예약 고객, 지니어스바(AS) 이용 고객, 현장 구매 고객 줄이 각각 따로 세워졌다.
직원과 방문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애플스토어 현장 직원은 "매장 내 최대 40명까지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폰SE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모습이다.
한 애플 직원은 "아이폰SE가 호응이 높아 매장 내 혼잡한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했지만 예상보다는 줄이 적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