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 보름 만에 설치 수 1위
AI 추천 기능, 소비자 체감 미지근…반응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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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기반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지난달 신규 설치 수 국내 쇼핑 앱 1위를 기록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네이버가 지난달 선보인 AI 기반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출시 한 달 만에 국내 쇼핑 앱 가운데 가장 많은 신규 설치 수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AI 추천'을 전면에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실제 소비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네이버의 접근 방식이 소비자에게 쇼핑 혁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앱이 단기 흥행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쇼핑 앱 부문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284만1603건의 신규 설치를 기록하며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테무는 116만824건, 쿠팡은 46만6444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출시 후 불과 보름 만에 경쟁 앱들을 두 배 이상 앞서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셈이다.
다만 월간이용자수(MAU) 기준으로는 아직 차이가 크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지난달 MAU는 268만2251명으로, 쿠팡(3292만3031명)과 테무(674만7670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단, 네이버 앱이 지난달 중순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MAU 비교에는 유의가 필요하다.
네이버는 이번 앱을 통해 AI 기반 상품 추천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사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고도화된 AiTEMS 알고리즘을 적용해, 소비자의 선호도·구매 이력·검색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한 뒤 관심도 높은 상품을 우선 제안하고 관련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AiTEMS는 네이버가 개발한 추천 시스템으로, 사용자 행동과 문맥을 분석해 개인화된 상품을 제안하는 알고리즘이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한 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네이버는 소비자의 관심사를 AI가 학습해 선제적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을 전면에 도입했다.
특히 'AI 쇼핑 가이드' 기능을 통해 노트북, 냉장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품군에 대해 '휴대성이 좋은', '고사양 게이밍용' 등 세부 니즈(Needs)를 기준으로 분류해 상품을 추천한다. 또 '발견' 탭에서는 30초 내외의 숏폼 영상을 통해 트렌디한 상품을 소개하고 쇼핑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 기술 기반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로 네이버가 10여년간 구축해 온 쇼핑 생태계는 더 확장되고 사용자들의 쇼핑 경험 역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특별하고 소중한 탐험의 장소가 되고, 판매자에게는 AI라는 강력한 비즈니스 수단을 지원해 더 큰 성장의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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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쇼핑 앱 부문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284만1603건의 신규 설치를 기록하며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
그러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포인트 적립 혜택이나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의 자연스러운 연동성에 대해서는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으나, AI 추천 기능이나 발견 탭 등 차별화 요소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선 포인트 적립 구조는 체감 혜택이 크다는 평가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는 쇼핑 시 최대 5%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 받고, 일부 상품은 10% 이상 적립이 가능하다. 이 포인트는 네이버쇼핑뿐 아니라 웹툰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한 사용자는 "포인트 적립 폭이 커서 혜택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별도 앱 설치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존 네이버 쇼핑 서비스와 비교해 차별점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사용자는 "굳이 앱을 따로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기존 서비스와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네이버가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AI 추천 기능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추천 기준이 불분명하고, 관심사와 동떨어진 상품이 반복적으로 노출돼 사용자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한 사용자는 "나를 위한 큐레이션이라고 해서 들어가 봤는데, 필요하지 않은 음식물 처리기나 관심 없는 아이돌 응원봉 등 생뚱맞은 상품이 추천됐다"고 말했다.
발견 탭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네이버는 해당 탭을 통해 쇼핑과 콘텐츠 소비가 결합된 새로운 탐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사용자들은 쇼핑을 목적으로 앱에 접속했음에도 광고성 영상이 다수 노출되는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사용자는 "광고를 안 보려고 돈을 내는 시대인데, 이 탭을 보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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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상품 카드 오른쪽 상단의 '···' 아이콘을 누르면 관심 없는 상품 추천을 차단할 수 있다. /조소현 기자 |
전문가들은 이번 앱 출시를 기술적 혁신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이번 앱 출시는 커머스를 독립 플랫폼으로 분리해 본격 육성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배송, 멤버십, 콘텐츠 제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본격적인 확장을 시도하는 만큼 쿠팡 등 주요 경쟁사들도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AI 추천 기능 자체는 국내외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어 기술적으로 새롭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AI 추천 기능이 기대와 어긋날 경우, 사용자에게 피로감과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추천 시스템이 고도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앱과의 구별이 어려운 데다, 추천 결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면 오히려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추천이 소비자의 취향과 어긋나거나 원치 않는 소비를 유도할 경우 오히려 피로감을 줄 수 있다"며 "유튜브에서는 사용자가 한 번 우연히 클릭한 영상이 이후 계속 추천되기도 하는데, 이때 '관심 없음'을 눌러 추천 노출을 쉽게 차단할 수 있다. 쇼핑 앱도 자기 조절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사용자가 원치 않는 상품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앱 내에 마련해 두고 있다. 다만 해당 기능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상 눈에 잘 띄지 않아 실제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기능은 추천 상품 카드 오른쪽 상단의 '···' 아이콘을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앱 출시 후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향후 더 정교한 추천이 가능해질 여지가 크다"며 "사용자의 구매 이력이나 쇼핑 습관 등 다양한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더 개인화된 추천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쇼핑 가이드가 적용된 것처럼, 앞으로도 AI 기능과 추천 경험이 계속 고도화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