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말 참담하다"며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했다.

16일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다"며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 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비극"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 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한 성범죄를 막는 데는 관심조차 없다"며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선정적인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보도 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며 "비극적인 일로 자식을 잃은 유족분들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도 깊이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 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입법부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법부에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15일 오전 3시49분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쓰러져 있던 여대생이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옷이 벗겨진 채 머리와 입 등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후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동급생인 2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피해자가 숨지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에는 사건 당일 오전 1시30분쯤 A씨가 피해자를 부축한 채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해당 학교 건물에는 이들 외 다른 일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경찰은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던 중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날(16일)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7일 오후 2시쯤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