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반대론자들 평가단 대거 영입 목적
찬성인사들 ‘노’ 표기… 모두 선정 제외
靑 압박 여부엔 “자료 확인된 것 없다”
경제성분석 ‘보 해체후 상태’ 추정 불구
‘보 설치전’ ‘보 개방후’ 측정 자료 활용
회의록엔 “생각 없는 국민, 말 되네 할 것”
감사원이 밝힌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은 청와대가 정한 기조에 환경부가 신속히 부응하려는 과정에서 ‘조작’과 ‘꼼수’를 동원한 정황을 보여 준다.
당시 청와대가 환경부를 재촉한 정황과 관련, 감사원은 “부당한 압박이 자료로 확인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만큼 지난 정부 청와대 인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
◆4대강 반대론자가 4대강委 ‘장악’
20일 감사원에 따르면 ‘김은경 환경부’는 2018년 11월 청와대의 4대강 보 해체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평가단)을 설치하고 ‘4대강 반대론자’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했다.
당시 평가단은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로 구성됐다.
전문위는 관련 부처 등의 추천을 받은 민간위원 43명으로, 기획위는 전문위 소속 43명 중 선정된 8명과 환경부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됐다.
애초 민간 위원들의 입김이 센 구조였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전문위 43명 중 25명(58.1%)을 4대강 반대론자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화위)에서 추천받은 인사들로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기획위로 들어간 8명 전원 역시 재자연화위 추천 인사들이었다.
당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 ‘우리 편 선수’만 대거 출전시킨 셈이다.
 | 감사원은 20일 문재인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지시 아래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이 결정에 비중 있게 관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수문이 열려 있는 세종시 금강 세종보 수문. 뉴스1 |
김 전 장관은 특히 4대강 반대론자들을 평가단에 대거 들일 목적으로 후보군에 든 전문가 명단을 재자연화위에 유출할 것을 B팀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B팀장은 169명 이상의 전문가 명단이 담긴 엑셀 파일을 이메일로 재자연화위에 유출했다.
재자연화위 측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인사 41명에 대해 ‘노(No·아니다)’를 뜻하는 ‘N’이라고 표기한 뒤 회신했다.
환경부는 실제 표기된 인사들을 민간위원 선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본대로 구성된 평가단 기획위는 2019년 2월 세종보, 죽산보 완전 해체 등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환경부는 이를 그대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물관리위는 2021년 1월 보 처리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같은 결론을 얻기 위해 당시 청와대가 환경부를 압박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정과제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생각 없는 국민, 말 된다 생각”
보 해체 결론을 내기 위한 경제성 평가도 불합리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당시 환경부는 보 해체에 따른 비용편익(B/C) 분석을 했다.
보 해체 시의 소요 비용과 기대 편익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해야 했는데, 환경부는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 자료를 활용했다.
이는 보 주변 상태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환경부는 국정과제상 보 처리 방안 마련 시한(2019년 2월)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부정확한 분석 방법을 밀어붙였다.
감사원이 공개한 당시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한 민간 위원이 “우리 반대편의 전문가(4대강 찬성론자)가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를 이렇게 하냐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다른 위원은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땐 그게 말이 되네, 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전 정부 때 내려진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에 대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이번 수해가 맞물리면서 4대강 지천·지류의 대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민영·이정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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