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 탈당과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대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당에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며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이준석계 인사의 이탈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으로 '이준석 신당'이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총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선도 있다.

이 전 대표는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비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날은 이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지 12주년 되는 날이었다. 당초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자신의 고향인 노원구로 장소를 옮겼다.

일각에서는 탈당 의사를 접고 '회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전 대표는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진하겠다"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은 철저히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언론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보도할 것 같지만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 총선 이후에도 가능성은 약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부터 탈당 만류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인사들의 언급에 대해선 "4일째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전화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결심을 굳히고 행동에 나섰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이준석계 인사의 이탈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으로 '이준석 신당'이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26일 비대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모습. /배정한 기자

당내에선 대체로 이 전 대표의 창당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갖고 있던 젊고 개혁적인 보수 이미지를 한 위원장이 대신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한 위원장의 행보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는 다소 떨어진 상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당의 세대교체라는 시선에서 보면 한 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포지션은 겹친다.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로 돌아갈 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당에 합류할 영향력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난관이다. 특히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신당 합류를 거부하면서 구심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허은아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다른 분들의 거취는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으나 곧 알게 될 것"이라며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동력이 약해졌다고 섣불리 판단내리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26일 취임한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를 지닌 일부 보수층을 이 전 대표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대표가 현재 국민의힘보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다소 넓게 설정하면서 중도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 평론가는 "신당 파급력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 경험이 없는 한 비대위원장과 달리 정계 입문부터 굵직한 선거에 참여해 왔고 또 당대표로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수도권이나 PK 등 격전지에서 의석 확보는 어렵더라도 보수표 이탈을 일부 이끌어 당락을 좌우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한 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한 위원장과 저는 이제 경쟁자 관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이준석과의 차별화가 아닌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어떤 특정 인물을 전제로 해서 만날 계획을 갖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듯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함께하겠다"며 정의당까지도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그는 "상계동에서 정치를 하셨고, 제 선배이기도 한 고 노회찬 의원이 하고자 했던 노동의 가치는 제가 하는 정당에 편입할 생각이 있다"며 "노회찬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까지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 저희 관계자가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내고 있을 것"이라며 "창준위는 가칭 '개혁신당'으로 발족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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