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인태전략 등에 필요 판단
중남미 거점국가 꼽혀 더 공들여
고위급 비공개 접촉 등 지속 진행
北, 정치·실리적 타격 불가피 분석
美 “韓의 외교관계 결정 주권 존중”
한국과 쿠바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전격 수교한 것은 정부가 수년간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바를 방문해 수교 의사를 공식화한 뒤 물밑 교류가 계속돼왔다.
윤석열정부는 특히 출범 후 약 2년간 본격적으로 수교 작업을 진행했다.
쿠바를 ‘형제국’으로 부르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극도 보안 속 최종 결정
이번 수교는 막판까지 극도 보안 과정을 거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최종 결정이 합의된 게 (지난 설) 연휴 기간 중이었다”고 했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 당일 현장에서 국무위원들에게만 수교안 안건이 적힌 종이를 배포하고, 의결 뒤 이를 곧바로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과거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북한과 우호 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과 노력이 계속됐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릴라 쿠바 외교장관과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비공개 회담한 것을 비롯해 쿠바 고위급과 세 번의 비공개 접촉을 했다.
허태완 주멕시코대사도 쿠바를 방문하는 등 실무급 접촉도 수차례 진행됐다.
2022년 연료 저장 시설 폭발, 지난해 폭우 피해, 올해 초 식량난 등 쿠바에서 필요할 때마다 인도적 지원을 했다.
문화교류도 이어졌다.
쿠바는 중남미 거점국가다.
쿠바 아바나에 100개국 넘는 대사급 상주 공관이 있다.
카리브해 국가의 국제회의도 자주 열린다.
인도태평양전략에 중남미 지역을 포함한 윤석열정부로선 쿠바와 수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쿠바 수교에 대해 “한국은 자국 외교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주권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바는 1959년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일부 제재가 완화됐다.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에 최근 러시아가 손을 뻗치면서 쿠바의 일방적 고립이 미국에 좋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더 많은 양자적 외교관계 수립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 | 조선중앙TV 화면 |
◆대통령실, “北 타격 불가피”
무엇보다 정부는 수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쿠바가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한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인데, 이번 수교가 결국 어떤 역사적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정치적, 실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1986년 3월 피델 카스트로가 방북했을 때 양국이 맺은 친선조약 서문에는 ‘형제적 연대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북한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보도에서 건군절 행사(5일)와 관련해 쿠바 대사관이 등장한 이후 북한 매체에선 쿠바가 언급되지 않고 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주북 외교단 초청 노동당 중앙위 주최 경축연회 기사에서도 쿠바는 거론되지 않았다.
홍주형·곽은산·김예진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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