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판 흔든 결정적 순간들
① 이재명 대표 피습
지난 1월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에 피습됐다.
제1야당 대표가 선거 기간 중 테러를 당한 초유의 사태는 양극화한 한국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서로를 향한 비난을 일삼던 정치권은 일제히 ‘정치 테러’라고 규탄했다.
한국 사회가 멍들어 가는 징후인 이 사건은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이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취임 1주년 ‘국정 기조 전환’을 내세운 무기한 단식에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았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으로 반전을 맞은 뒤, 피습 사건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헬기 이송 논란’을 두고 공방은 있었지만 민주당은 지지층이 결집했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 국면과 22대 총선을 맞이하게 됐다.
② 민주당 ‘준연동형 비례제’ 결정
22대 총선 룰에 대한 결정은 정치적 득실을 감안한 지도부의 방관으로 계속 미뤄지면서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소집을 시작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었고,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였다.
수차례 가진 의원총회에서도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전권을 일임받은 이 대표는 지난 2월4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동을 한 다음 날인 지난 2월5일 광주 5·18묘지 민주의 문에서 “준연동형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준연동형 유지를 결정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제3지대에선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이 복잡해졌다.
또한 여러 정당이 난립하며 ‘51.7㎝’라는 역대 최장의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탄생했다.
③ 조국혁신당 선전과 제3지대 분열
이재명이 아닌 진짜 민주당, 반윤석열을 기치로 한 제3지대는 초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이 다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의 화합이 시너지를 만들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었다.
결국 두 사람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합치자마자 갈라섰다.
이후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창당 초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 빈자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조국혁신당이 차지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윤석열정부에 불만을 품은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하며 조국혁신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정당 지지율 선두권을 차지했다.
④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논란과 승복
민주당 공천 과정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선출직 평가 하위 통보는 비명(비이재명)계에 집중됐다.
하위 평가에 반발하며 김영주, 설훈 등 비명계 중진 의원들이 탈당하며 당 분열의 조짐이 포착되기도 했다.
의원 간 다면평가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찬반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문제가 됐다.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소관인 전략공천도 결정 근거가 무엇이냐며 당 내외에서 불만이 새어 나왔다.
이에 더해 당원들이 힘을 발휘한 경선을 통해 친명(친이재명)계 다수가 공천장을 받았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평을 받으며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그러나 김부겸·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또 2차례 결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용진 의원, 비명계 최고위원이었던 송갑석 의원, 검사장 출신 정치 신인 가산점 철회를 요구한 이용빈 의원 등 여러 후보가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민주당 후보들에 힘을 실어 줬다.
공천 내홍을 겪었던 민주당은 공천이 끝나자 ‘원팀’이 만들어지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⑤ 막말·대출·아빠찬스
상승 가도를 타던 민주당에 선거 막판 브레이크를 건 것은 후보들의 논란이었다.
김준혁 후보는 이대생 성 상납 등 성희롱성 발언들이, 양문석 후보는 막말과 더불어 새마을금고 불법 대출이, 공영운 후보는 수십억대 재산 증여 아빠찬스가 문제 됐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정책 실패와 각종 투기가 겹치며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재산 허위 신고로 공천 취소를 한 이영선(세종갑) 후보와 달리 민주당은 논란이 있는 후보들을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있는 후보들을 향해 연이어 공격을 퍼부었다.
여당의 공격과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공격의 빌미가 된 이 선택은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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