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첫 회담 성사 배경·의미
여소야대 재연으로 야당 협조 불가피
후임 총리, 국회인준 절차 거쳐야 하고
채상병·김건희 특검 등도 조율 필요해
의대 증원 규모 문제도 테이블 오를 듯
尹, 지지율 23%로 취임 후 최저치 하락
‘독선·불통’ 이미지 해소에 의미도 담겨
야권 “긍정적인 시그널” 환영 평가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한 건 4·10 총선 참패에 따른 여소야대 형국에서 당장 야당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조만간 인적 쇄신 과정에서 이뤄질 차기 국무총리 인준 협조, 야당이 정권을 겨냥해 벼르는 각종 특검법, 3대 개혁 및 의료 개혁 추진 등 산적한 현안 대응이 시급하다.
선거 직후 국정 지지율이 이날 취임 후 최저치(23%)를 기록한 가운데 패인으로 지적된 독선·불통 이미지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대표 측 천준호 비서실장에게 통화를 제안해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가 2022년 취임 후 지속해서 제안한 만남에 대해 1년11개월 만에 윤 대통령의 응답이 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과 제1야당 당수의 단독 만남을 가리키는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권위주의 정권 시절 잔재라며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윤 대통령이 2년 전 대선 경쟁자이자 대장동 사건 피고인인 이 대표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의 회담은 다음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가 조금 빨리 이뤄졌으면 통화도, 만남 시간도 빨라졌을 것 같은데 인사 때문에 조금 늦어진 감이 있다”며 “또 그렇다고 한없이 늦출 수 없어 통화하게 됐고, 그런 상황을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게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의제다.
2년간 입법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일을 되풀이했던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협치의 문이 열릴지에 정치권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당선자(전남 해남·완도·진도)는 두 사람의 통화 소식이 “낭보”라며 “흥분하지 말고 섬세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서 꼭 성공해야 국민이 희망을 갖고 나라를 살린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정치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 주는 영수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회담에서는 총선 패배 후 사의를 표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 인사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는 국회 인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야당 동의 없이는 사실상 후임 인선이 불가능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야권 출신 인사를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더욱 강력해진 거대 야당의 도움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한 협조도 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최근 민주당이 다시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 등 법안을 비롯해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편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 회담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중계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 민생 관련 개선책, 제도 개혁 문제 등을 최대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사고 진상 은폐 의혹·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를 포함한 실책에 대한 진상 규명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23년 6월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번 총선 패배 후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평가할 중요 잣대로 대야 관계 등에서 통치 스타일의 변화가 꼽혔다.
여권에서도 선거 참패 원인이 ‘윤 대통령의 불통’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독선적인 모습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받는 중압감이 커진 것도 만남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무선전화면접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직전인 3월4주차보다 11%포인트 떨어진 2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8%로 취임 후 최고치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회담 성공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야권 지도자를 만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단순히 협치하는 모양새만 가져가는 형태가 돼선 곤란하다”며 각종 특검법안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의 사전 의제 조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게 그런 제안이 왔다고 하니, 다른 야당 지도자에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적어도 이재명 대표는 사안의 중차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회담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 관련 입장을 묻는 국회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보협 대변인은 “조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춰 드릴 말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윤 대통령 쪽에서 아직 응답이 없다”고 했다.
곽은산·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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