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적 비판을 우려해 2060년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축소시켰다는 감사 결과가 4일 나왔다.
또 당시 기재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제도를 부실하게 운용하면서 예타 면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 시절 기재부가 향후 재정 정책의 기반이 되는 장기재정전망 통계치를 왜곡하고,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실시하는 예타를 과도하게 면제한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예상된다.
 | |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뉴시스 |
◆文정부 기재부, 미래 국가채무비율 축소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 실태’에 따르면, 홍 전 장관은 2020년 7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29.6%~153%에 달할 것이란 수치를 보고받고는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리 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때 홍 전 장관은 ‘총지출(의무지출+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채무비율을 산정할 때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기존의 전제를 왜곡하는 방식이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인 반면, 재량지출은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는 지출을 뜻한다.
당시 재정기획심의관이 향후 재량지출이 ‘음수’인 구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홍 전 장관은 “왜 불가능한 일이냐, 재량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통계치 축소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2020년 9월 기재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한 ‘장기재정전망협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2060년 국가채무 전망치를 ‘81.1%’까지 축소한 통계치를 최종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기재부 전망결과에 따르면 2060년 재량지출은 경기 대응, SOC(사회간접자본) 및 R&D(연구·개발) 투자 등 기본적인 정부 기능수행도 곤란한 비현실적인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감사원은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장기재정전망을 재산정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48.2%로 도출됐다고 공표했다.
감사원은 국가채무비율 축소 행위를 “장기재정전망의 조기경보 기능을 무력화해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조치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타 부실 운용... 예타 면제도 급증
아울러 문 정부 시기 예타 제도가 부실하게 운용되면서, 예타 면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 정책적 추진사업(제10호 사유) 중심으로 예타 면제가 급증했는데, 감사원은 이 사업들이 사전 용역조차 거치지 않아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예타 면제사업이 실시사업 수를 넘어서는 등 예타 면제가 급증했다.
2018년부터 5년간 예타 실시/면제 현황을 보면, △2018 18개(실시)/30개(면제), △2019 35개/39개, △2020 14개/31개, △2021 36개/30개, △2022년 24개/26개다.
2021년을 제외하고는 예타 면제 건수가 실시 건수를 상회한다.
다만 감사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한 2020년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등 확장적 재정 정책하에 예타 면제사업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문 정부 시기 급증한 예타 면제의 대부분은 국가 정책적 추진사업(10호 사유)이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국고 300억원) 이상 신규 사업은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예타를 받아야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 등 국가 정책적 추진사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예타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때 일정한 절차라 함은 사전용역을 거쳐 사업계획의 구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문 정부 시절 기재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기만 하면 사업 구체성에 대한 확인 없이 29개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준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했다.
감사원은 “기재부는 예타조사 면제 제도를 운용하면서 면제 요건인 사업계획의 구체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충분한 검토 자료와 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심의하도록 하는 형식적 운영을 해 국가의 비용 부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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