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강령 토론회 발언 파문
민주硏 부원장 출신 이연희 의원
“기존 1국가·2체제 정책 전환해
1민족·2국가로 인정 고려할 때”
남북기본합의서 ‘특수관계’ 폐기
‘北 국가 불인정’ 헌법 조항 위배
김정은, 올초 ‘2국가론’ 일방 주장
李 “난 北 싫어… 金에 동조 아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이연희 의원이 11일 당 강령 토론 자리에서 “한 민족, 두 국가(2국가론)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현실적 접근”이라고 주장했지만, 남북 특수관계론을 폐기하는 반헌법적 발언이자 몰역사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1차 토론회 자리에 토론자로 나와 “남북관계는 어려운 국면이고 쉽게 복원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식이 변해가고 있다”며 “우리(민주당) 정부 때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국가·두 개의 체제’에서 2국가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기”라며 “남북 간의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며,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본 인식하에 대북정책을 잡아가는 것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강령 작업에 ‘두 개의 국가’라는 인식으로 대북정책을 짜는 것도 논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 특수관계론은 남북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서로를 인정한다는 개념이다.
1991년 9월 남북 동시 유엔가입 이후 그해 12월 통일과 화해·협력을 위해 세운 원칙인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통해 명문화했다.
현재까지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뼈대임은 물론 남북관계 관련 모든 국내법의 토대가 되고 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동시에 평화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헌법을 고려, 남북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화해·협력을 모색하며 민족 통일로 단계적으로 나아간다는 정부 공식 통일방안의 근간이기도 하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명명된 정부 공식 통일방안은 1단계 화해·협력, 2단계 연합, 3단계 통일로 가자는 것으로 평화 구축 노력을 통해 점진적 통일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 |
특수관계론을 버리고 2국가론으로 가는 것은 헌법 전문부터 다수 조항을 어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돼 있다.
제3조 영토조항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영토조항은 외세에 의한 분단 상태를 거부한다는 역사적 맥락이 담겨 있다.
남북이 특수관계론에 합의하고 특수관계론을 지켜오면서 우리 정부 역시 헌법과 특수관계론을 조화하는 형식으로 통치행위를 해왔다.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부터 문재인정부까지 북한과 숱한 합의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을 명시하고 존중했던 배경이다.
학계에선 2국가론을 두고 남북기본합의서 정신 거부, 민족 개념 폐기, 통일 부정이라는 소수파 주장으로 취급해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학자 시절 유사한 주장을 폈지만 입각 후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 간 관계에서 통일을 말하는 것은 강탈적 요구다.
용어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2국가론을 이야기하면서 통일을 이야기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대적 국가 관계’라는 말로 남북기본합의서와는 상반된 행보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 특수관계론을 일방 폐기하고 2국가론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북한은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새겨져 있던 한반도 지도도 수정하는 등 ‘통일’ 혹은 ‘민족’에 관계된 상징물을 지우는 등 ‘남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김정은 주장에 동조한다 이런 식으로 곡해하시면 안 된다.
나는 북한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김현우·김예진·최우석 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