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의 골프모임을 추진했던 단체 대화방(단톡방)의 참가자 중 한 명이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려는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한층 짙어진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 나섰다.
 | |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연합뉴스 |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단톡방의 참가자 중 한 명이었던 변호사 A씨는 최근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지난해 8월9일부터 올해 6월까지 또 다른 단톡방 참가자 송모씨와 통화한 녹음파일들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송씨가 올해 6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을 묻는 A씨에게 속삭이듯 “야 이게 김용현(경호처장)이래. 김용현”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송씨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 온 임 전 사단장과 알게 돼 친분을 쌓아왔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화 내용을 두고 송씨가 로비 의혹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김 처장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송씨가 김 처장을 언급한 시기는 공수처가 올해 3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외압 사건의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다만 송씨가 이 의혹과 관련해 올해까지 구체적인 인물의 이름을 언급했었다는 점에서 중심인물이 누구인지와 별개로 구명 로비 의혹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지목한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공범이자, 이 단톡방의 참가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8월 A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임 전 사단장에게)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씨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VIP는) 김 여사를 뜻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허풍과 과시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구명 로비’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공수처는 A씨를 조사한 데 이어 최근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골프장을 찾아 이 단톡방 참여자들의 출입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1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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