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관계 등 계파 간 인식 차 뚜렷
내주 의총 앞두고 물밑 설득전 치열
특감, 여야 논의 8년째 공전 거듭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해 특별감찰관 후보를 조건 없이 추천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여당 내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내주 초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의원총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치열한 물밑 설득전을 벌이는 중이다.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후보를 추천해야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기존 당 입장을 고수할지가 표면적인 쟁점이지만, 그 이면에는 당정관계 및 대야 관계 등 당 운영 전반에 대한 두 계파 간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 초반대에 머물면서 보수 진영의 노선 투쟁이 조기에 불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친윤계와 친한계가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는 여야 논의가 8년째 공전하고 있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청와대와 대립한 끝에 2016년 8월 사퇴한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고 있고, 같은 해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해야 하는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으면서 여태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두 사안을 연계하기 시작한 건 문재인정부 시기인 2022년 8월이다.
당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협조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먼저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후 협상은 진척이 없었다.
2022년 8월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고 밝히며 두 사안은 다시 연계됐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전제조건 없이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히자 친윤계에서 “원내 의견 수렴 없이 당 입장을 바꾸는 건 월권”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원내지도부에선 “협상 카드를 포기하는 자해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특별감찰관 임명 논쟁의 배경에는 당정관계에 대한 여권 내 인식 차가 깔려있다.
친한계에서는 이 문제를 “정의와 부정의의 문제”(친한계 당직자)로 보며 대통령실이 소극적이더라도 관철해야 한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한 대표 측 인사는 통화에서 “당내 갈등이 없는 게 우리 당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면서 “국민과 갈등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갈등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선 당 분열로 이어져 야당에 빌미를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과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저들을 이롭게 하는 내부 패권 다툼은 해당 행위”라고 했다.
대야 관계와 관련해서도 의견 차가 크다.
친한계는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다음 달 15일 이전에 여권 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지만, 친윤계는 민주당이 강력한 대여 투쟁으로 국면 전환에 나설 것에 대비해 당이 결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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