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전면폐지 추진 나서
국가 안보 허술 논란 불가피
與 “80년대 운동권식 마인드”
개정 미루는 민주 강하게 질타
더불어민주당이 3일 형법 98조(간첩법) 처벌 대상을 ‘적국 간첩’에서 ‘외국 간첩’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에 공식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이 반대해 법 개정이 안 됐다는 여당의 지적에 “가짜뉴스”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에 협조하라”고 되받아치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첩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내부에서 법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며 “악용 가능성이 있다면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식의 악용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과거에 유수한 사례가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군사독재 시절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형사처벌받은 피해자들의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여당은 법 개정을 미루는 야당을 강력 질타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 문제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단 것”이라며 “간첩죄 적용을 적국에 한정하는 나라가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자는 것이고 이념논쟁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소위에서 ‘언제 적 간첩인데 지금 간첩을 얘기하냐’, ‘군사기밀은 다 국가기밀이냐’면서 간첩죄 적용 확대에 반대했다고 한다”며 “이런 발상이야말로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인 1980년대 운동권식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단 것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가 간첩죄 확대를 무산시킨다면 이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정당이 맞긴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의 ‘간첩 양산’ 우려에 한 안보 전문가는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내용”이라며 “법 개정을 하지 말잔 것은 외국 간첩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상황을 방치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도 “국가기밀 유출 등 중대사안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령이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그 전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의결된 간첩법 개정안이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와중에 야권에선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간첩법 적용 시 북한을 국가로 취급하지만 헌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다.
북한의 국가 지위를 둘러싼 논란 속에 그간 북한 간첩 행위를 국보법으로 처벌해 왔는데 이 법을 폐지할 경우 국가안보가 더욱 허술해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배민영·김병관·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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