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대다수 “신중하게 더 논의”
내부서 “탈당 반대가 90% 수준”
안철수 “탈당도 부족… 물러나야”
배현진 “정치적 자살행위” 강조
국민의힘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여당에선 이날 정국 후속 대응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 탈당 요구, 하야 촉구, 탄핵론 등 다양한 수위의 주장이 분출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의원 간 찬반 논쟁도 벌어지면서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4시간 가까이 국회 본청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 계엄 선포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의총은 특정한 의제를 정하지 않은 난상토론 방식으로 이어졌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의총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쏟아졌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과 관련해서는 대다수 의원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윤 대통령 탈당 요구를 두고는 친한계와 친윤계 간에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게 대통령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상 윤 대통령 책임론이 거론된 반면 “대통령 탈당 순간 여당도 아닌 소수당이 돼 탄핵 정국 등에서 대통령을 지킬 명분이 사라진다”는 윤 대통령 옹위론도 제기됐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죽일 놈이 됐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의원 대다수는 “대통령 탈당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더 많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탈당 하면 안 된다’와 ‘탈당해야 한다’가 9대1 수준이었다”고 말해 아직 윤 대통령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관망론이 압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할 때 의원 50여명이 당사에 머물렀던 것을 두고 “많이 섭섭했다.
다 어디 계셨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바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국회 본희장이 아닌 당사로 모이라고 하면서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추경호 원내대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의총에서는 “우리가 대통령을 너무 외롭게 했다.
반성하자”, “당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 108명이 계속 같이 가자”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 이인선(왼쪽부터), 안철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의총장 장외에서도 공개 입장 표명이 잇따랐다.
안철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에 총부리를 겨눈 마당에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탈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탄핵 절차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계엄령 선포를 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명분 없는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대통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제 국민께 나와 소상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훈 의원은 SNS에서 “계엄 시도로 윤석열정부는 이제 국정운영을 할 힘을 거의 상실했다”면서도 “야당이 발의했던 특검은 받더라도 대통령 탄핵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병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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