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셀프 쿠데타 실패…與 공당 자격 없다"
"헌재 탄핵 인용 서둘러야"
"계엄으로 지역경제 쑥대밭…위기 극복 지혜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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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공화국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전직 검찰총장을 예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총장이 법과 규정을 위반해 윤석열 대통령을 탈옥시켜 준 것"이라며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1986년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대학생은 동네서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지친 마음을 달랠 작은 선물이 필요했다.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 '김대중 옥중서신'. 감옥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던 정치인 김대중의 신념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최루탄과 불심검문의 시대를 살던 학생에게 그의 글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로부터 1년 뒤 1987년 대통령 선거, 학생은 김대중 후보를 돕기 위해 평화민주당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의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으로 민주당을 찾았던 그는 37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3일 국회의원으로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곧장 본회의장으로 달려갔다. 의사국장과 원내기획실장을 지낸 경험이 있었기에 국회 기능이 마비되면 계엄 해제안조차 논의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본능적으로 의장석을 사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순간 5·18 민주화운동이 생각나면서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본회의장으로 모여야 한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국회의장을 빠르게 모시고 경호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했고 곧장 의장석으로 뛰어갔죠. SNS로 의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생중계했습니다." <더팩트>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 의원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 당시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론을 앞둔 현재 상황, 그리고 의정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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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어떠한 심경이었냐고 묻자 권 의원은 "벅찼지만, 당연한 결과였다"라고 답했다. /서예원 기자 |
◆"尹, 셀프 쿠데타 실패…국민의힘, 극우와 이별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어떠한 심경이었냐고 묻자 권 의원은 "벅찼지만, 당연한 결과였다"라고 답했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순간은 12월 7일, 탄핵안이 부결됐던 날이었다.
"그날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지 않았습니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을 때 절망감이 컸어요. 촛불을 들고 밤을 새운 시민들을 떠올리며 목숨 걸고 싸워야 겠다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공당의 자격이 없다"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은 영원한 독재를 꿈꾸고 셀프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반성 없이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즉각 절연해야 했을 국민의힘은 '윤석열 친위대'로 전락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은 반성이라도 했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자정 능력을 잃었다"며 "집권여당이 국격과 품격을 떨어뜨렸다. 극우를 분리하고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검찰총장이 법 위반해 尹 석방 지휘"
윤 대통령의 석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권 의원은 "검찰공화국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전직 검찰총장을 예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수본부장은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총장은 석방을 지휘했다. 검찰총장이 법과 규정을 위반해 윤 대통령을 탈옥시켜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되니까 대검찰청에서 구속기간 계산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 적용했던 것과 달리) 날짜로 계산하라고 지침을 내렸더라고요. 왜 윤석열에게만 특혜를 주는지 화가 났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하고, 겁박해 놓고 다친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서 법의 공정성을 훼손했죠.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권 의원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세 차례의 구속영장 반려, 대검 고위급 검사가 선관위로 출동했다는 제보 등 검찰이 내란세력 아니냐는 정황증거만 분분했지만 석방 지휘는 검찰이 내란 세력임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될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도 매우 유감이다. 왜 이런 시간 계산법을 역사상 최초로 윤석열에게 적용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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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계엄 사태를 둘러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헌재 공백 방지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예원 기자 |
◆"탄핵 인용 서둘러야"…헌법재판관 공백 방지법 발의도
권 의원은 계엄 사태를 둘러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헌재 공백 방지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헌재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독일과 스페인의 입법례를 참고한 법안이다.
권 의원은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삼권분립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며 "재판관 공백이 생겨 9인의 완성체가 아닌 미완으로 결정을 내리면 국민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헌재를 향해선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하루빨리 국가신인도가 회복되고, 대한민국이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기를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와 선관위를 군홧발로 짓밟아 헌정질서를 무너뜨렸다. 이 위험천만한 인물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도록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계엄으로 지역경제 쑥대밭…위기 극복해야"
계엄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것도 권 의원의 근심을 더한다. 그는 "경기 자체가 쑥대밭이 됐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12.29 항공참사까지 발생해 온 국민이 너무나도 큰 충격과 아픔을 맞이했다. 철강산업의 중심 광양은 물론이고 여수처럼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은 직격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핵심산업 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으로 어떠한 처방을 해도 단기적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여요. 볼트·너트·스프링 등 파생 상품 166개에 대해서도 25%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지역에는 굉장한 어려움이거든요. 모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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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 광장을 찾았던 2030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46년 만에 탄생한 전남 지역의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도 강조한다. /서예원 기자 |
◆"2030과 여성들의 정치참여 노력하겠다"
권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 광장을 찾았던 2030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12월 3일 내란의 밤에 많은 청년들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려와 맨몸으로 계엄군의 탱크를 막았다. 응원봉을 들고 케이팝을 부르며 이들이 만든 새로운 광장 문화를 즐긴 것은 잊지 못할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에게 정치가 이제는 답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젠더 이슈뿐만 아니라 전쟁과 산업화를 경험한 기성세대만큼이나 생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대로 부동산, 금융투자, 저출산 대책 등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2030 청년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그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답하는지가 향후 정당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46년 만에 탄생한 전남 지역의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도 강조한다. 권 의원은 "전남 첫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더 많은 여성 국회의원·지방의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디딤돌을 놓고자 한다"며 "여성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