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고, 천안함 46용사 15주기 추모와 산불 대응 행보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파면 압박을 강화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달리 보훈과 산불 대응 및 이재민 보호에 초점을 둬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추모식을 찾아 천안함 피격 사건 경과보고를 듣고 분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서울 중심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일대에서 각각 파면 촉구 기자회견·108배 행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공세에 나선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까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를 앞두고 대야 공세를 펼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이 대표를 향해 "선거법 항소심 판결 승복 대국민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이 대표의 2심 재판과정과 주요 쟁점 언급하며 이 대표에게 벌금형 확률이 낮고, 당선무효형이 안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천안함 46용사 추모의 내용을 담은 논평도 잇따라 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천안함은 단지 한 척의 군함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는 대한민국의 의지였다"며 "다시는 젊은 생명이 이유 없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안보 태세를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정부는 호국 영웅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켰고, 호국 영웅들을 위한 경제·의료 시스템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고 예우받는 나라, 나아가 '제복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도 천안함 15주기 추모 행보에 가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대전국립현충원에 찾아 "대한민국은 천안함 용사들과 연평해전 용사들을 끝까지 기억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결국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인물을 기억하고 오래 기리느냐'에도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찾은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장외집회에 나간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이번 주 평택 2함대에서, 대전현충원에서 함께 영웅들을 추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저녁 7시30분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불멸의 빛' 점등식에 참석한다.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다.
영남 대형 산불 진화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추모식 이후 만난 기자들에게 "이런 국가적 위기가 계속되는 기간 동안 최소한 정쟁 멈추고 국민 앞에 하나 된 모습으로 재난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정치권의 정쟁을 당분간이라도 그만둘 것을 제안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먼저 우리 정부와 여당부터 솔선수범하겠다.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드릴 모든 방법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 차원에선 산불재난특위를 구성해 즉시 가동할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경북, 울산·경남 의원은 내일 지역구에 내려가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지역 핵심 당직자 및 당원들과 함께 산불 예방 활동 및 자원봉사, 주민 불안 해소, 민심 수습에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이어 "특히 산불 우려 지역은 예방과 순찰 활동에 힘써 주고, 이재민 대피소가 설치된 지역은 꼭 방문해서 주민들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기를 바란다"며 "다만 소방·구조 당국의 현장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필요시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과의 협조와 조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또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벌여오던 윤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 릴레이 기자회견을 중단하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산불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매우 심각한 단계다.
우리가 매일 헌재 앞에서 해오던 1일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자 지역구에 내려가서 이재민들이 불편한 점 없는지, 또 현장에서 산불 예방 및 진화 활동을 위해서 도울 일이 뭐가 있는지 챙겨보기로 했다"며 "대피하고 계시는 국민들만 해도 수십만에 이르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우선하는 정당으로서 소임을 다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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