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야당의 재탄핵 경고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 침묵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과도 이 문제는 거의 논의하지 않을 정도로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침묵을 끝내고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함께 마 후보자 임명 문제에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지만, 마 후보자의 경우 당분간 '무대응 전략'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행은 31일 오전 공개 일정 없이 내부 보고를 받으며 마 후보자 임명 등 국정 현안에 대해 고심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대행도 (야당의 최후통첩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현안과 달리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선 일체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마 후보자 임명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 대행의 침묵이 길어지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에게 4월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국무회의가 예정된 1일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임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대행 탄핵소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줄탄핵도 예고했다.
이런 방침이 현실화되면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
1일 열릴 국무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마 후보자 임명과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 대부분은 마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다.
만약 한 대행이 이런 절차를 걸쳐 입장을 굳힌다면 국무회의 전후 직·간접적으로 입장이 나올 수 있다.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현재로선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앞서 밝힌 ‘여야 합의 우선’ 기조를 어기게 되는 데다, 여권·대통령실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24일 복귀 일성으로 "안정된 국정운영"을 강조한 바 있고, 헌재가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위헌이라고 재차 적시한 만큼 무작정 버티기도 힘들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이 국무위원 줄탄핵을 예고한 만큼 내일 여기에 대한 당부는 나올 수 있겠지만, 대행 말 한마디에 국정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 문제 언급은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회동을 요청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만남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 대행은 산불 진화 체계 개편과 이번주 미국 '더티15(Dirty15)' 관세 부과 발표에 집중 대응할 계획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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