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본부장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고,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이번 방미길에 반드시 협의할 수밖에 없다”며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모두 종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하기 위해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출국길에 올랐다.
정 본부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 고위급의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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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관세 협상을 앞두고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
미국 측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는 관세를 유예하거나 인하할 가능성이 없지만, 이외 다른 나라는 협상을 통해 유예나 인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마침 방미를 앞둔 한국으로선 매우 좋은 소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관세조치에 대해 미국 상무부와 USTR 측을 만나 진지하게 협의하겠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이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여지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정 본부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미국산을 늘리는 문제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협의가 많이 됐다”며 “미국의 관세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미 흑자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수출을 줄이긴 어렵고 수입을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측면에서 무역수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패키지를 많이 검토해왔다”고 답했다.
상호관세 부과를 계기로 일각에서 거론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선을 그었다.
정 본부장은 “지금까지 미국 측에서 한·미 FTA를 특정해서 개정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국익 극대화 협상을 끌어내겠다”고 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이번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을 보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며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한 유감을 이미 표명했고, 한·미 FTA가 이행된 지 12년이 지난 국가에 이렇게 높은 관세율을 계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미국 측에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리더십 공백이 대미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통상 분야에 정통한 분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미 통상 문제에 대한 지침을 주고 있다”며 “또한 특히 상무부, USTR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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