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어 개헌 기조 힘실으며 존재감 키워
당내 갈등 피하며 명분 쌓기?
차기 당내 권력 구도 노린다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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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차기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 중심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13일째 단식 중인 김 전 지사의 농성장을 찾아 손을 맞잡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 중심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에 나서 존재감을 키운 데 이어 개헌 문제에서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정면 충돌 대신 공존을 택한 모습인데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가 '착한 2등'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분을 쌓으며 이재명 이후를 준비하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이번 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에도 김 전 지사는 내란 종식을 핵심 메시지로 삼으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김 전 지사는 SNS에 글을 올리고 "제2의 내란 시도"라며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국정의 유지라는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며 "내란 공범(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탄핵 이후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질타했다. 전날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대선 불출마 선언 △내란 동조 국민의힘 대국민 사과 요구 △윤석열 제명 촉구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 출당 요구 △윤석열·김건희 엄중수사 촉구 등 5가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헌 국민투표와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이 대표의 입장에 김 전 지사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주목되는 지점이다. 김 전 지사는 "내란종식이 최우선 과제라는 (이 대표의) 지적에 적극 동의한다"며 " 내란세력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5.18 광주정신 헌법 전문 수록 및 계엄선포 요건 강화, 행정수도 이전 등의 사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권력구조 개편은 다가올 지방선거에 맞춰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 대표가 제시한 개헌 로드맵과 맥을 같이한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번 조기 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늠하는 선거이며, 개헌은 그 관문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내란 수습을 핑계로 개헌을 방관하는 태도는 안일하다"는 발언과는 다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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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이같은 김 전 지사의 행보를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에게 각을 세우기보다는 '보완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당내 신뢰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새롬 기자 |
정치권은 이같은 김 전 지사의 행보를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에게 각을 세우기보다는 '보완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당내 신뢰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벌였던 14일간의 단식 역시 투쟁의 결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지층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행보였다는 평가다.
이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상 이번 경선에서는 승산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이 대표 이후의 당내 권력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도 녹아 있다. '착한 2등' 전략을 통해 당내 파열음을 최소화하면서도 존재감을 쌓는 방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아름다운 경선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게 아닌가 싶다. 포지티브한 입장에서 포스트 이재명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도 "민주당 경선은 누가 이재명에 이어 2등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차기를 도모할 수 있는 측면에서 김 전 지사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당권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의 전략에 대한 당 내부의 평가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행보를 '전략의 부재'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화에서 "이번에 당선되려고 나온 게 아니라 당내 신임을 회복하고 당원들 사이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선거와 관련해서 정확한 전략이 없어 보인다. 확실하게 지지층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못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동연 지사는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라도 있는데 김 전 지사는 더 그런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