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충전식 배터리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기업들의 리튬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인 부족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1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의 리튬 가격 지수를 인용해 리튬 가격이 올해 들어 약 240%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5월에서 11월 동안 약 반년만에 2배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리튬 가격은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련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 글로벌 리튬배터리기술 ETF는 40% 상승했으며, 일부 리튬 생산업체들의 주가는 70% 이상 오르기도 했다.
리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테슬라를 비롯한 기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 자동차 판매를 늘리며 리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2018년 초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리튬 가격에 업체들이 리튬에 대한 투자를 줄여 왔으며, 최근 들어서 공급망 병목 현상까지 나타나며 공급은 더 줄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한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번거로운 인허가 과정 역시 리튬에 대한 신규 투자와 이를 통한 공급량 증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때문에 배터리 제조업체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리튬 공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경쟁적으로 재료 확보에 나서며 리튬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리튬의 가격 상승은 리튬이온배터리 등의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리튬 가격 급등에 대해 관련 업계 사업자인 미국 리튬아메리카스의 존 에반스 CEO는 WSJ에 "부동산 활황을 보는 기분"이라며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리서치업체인 블룸버그NEF는 리튬 가격 상승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평균 가격 역시 적어도 10년만에 처음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앤드류 밀러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요가 2030년까지 전체 리튬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리튬 관련 상품의 수요 역시 2020년 35만4000미터톤(1000㎏을 1톤으로 하는 중량단위)에서 2030년 257만미터톤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리튬에 대한 투자가 늘어 공급량이 증대되면 리튬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리튬 투자는 쉽지 않다.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뿐더러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속에 리튬 채굴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 브롬 등 등 특수화합물 생산업체인 앨버말의 에릭 노리스 리튬부문 사장은 "리튬은 충분하지만 리튬을 채굴하기까지 필요한 투자가 문제"라고 지난달 기업의 수익결산회의에서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스티펠GMP의 에지지오 비안치니 금속·광업 부문장은 지난 4월 WSJ에 많은 광산 사업이 광물을 발견하고부터 10년이 지나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와 수요가 필요한 시기는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채굴을 서두르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 역시 문제다.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는 세르비아에서 리튬을 채굴하기 위해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천명의 시위대가 세르비아 정부의 채굴 승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튬과 관련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는 늘고는 있다.
미국 억만장자 찰스 코크의 코크인더스트리는 최근 독일 기업과 공동으로 미국 아칸소주에서 리튬을 생산하려는 스탠더드리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빌 게이츠의 투자 펀드 브릭스루에너지벤처 역시 최근 리튬 공급망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인 맹그로브리튬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씨티그룹은 내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겠지만, 2025년에는 이러한 투자가 효과를 거둬 리튬 공급량이 수요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은 리튬 가격 인상이 아직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자재 계약을 할 때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1년 이상의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의 가격 급등이 배터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 추세를 유지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의 경우 배터리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혜원 기자 hyewonchang@aju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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