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었으나,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는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으려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릴 엄두가 안 났다"며 "어차피 3차 접종을 해서 확진되더라도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또 지금은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재택치료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컨대 자가진단키트에서 코로나19 양성이 나와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는 식이다.
긴 대기 끝에 PCR검사를 받더라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결국 일주일간 격리만 될 뿐, 별다른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검사 자체를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고위험군 관리를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개편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PCR 검사를 꼭 해야 하냐'며 고민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선별진료소 가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자신을 30대 주부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맘카페를 통해 "자가진단키트 양성 시 꼭 PCR 검사를 받아야 하나"라며 "감기 증상이 있어서 자가진단키트를 해봤는데 양성이 나왔다.
그런데 두통이 심해서 대기 줄을 기다릴 수가 없겠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인근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로 상황과 증상을 설명해서 약 처방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서 자가격리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꼭 PCR 검사를 받아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일 배달기사 B씨는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PCR검사를 하지 않은 채 배달 일을 계속해 논란이 됐다.
B씨는 PCR 검사에서 양성을 받으면 당분간 배달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보배드림'을 통해 "배달 중 손님이 코로나19에 걸려 미안하다며 간식을 줬다.
저도 코로나 걸려서 괜찮다고 했지만 챙겨주셨다.
전 (코로나 걸린지) 3일차"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되자 B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대응 의료체계' 전환 이후 PCR검사를 회피하는 이들을 잡아낼 방법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일부터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동감시로 전환됐다.
이들은 격리하지 않은 채 생활하며 스스로 증상을 확인하면 된다.
또 동거가족은 확진자 검사일로부터 3일 이내 PCR 검사와 6~7일차 신속항원검사가 권고되지만. 의무는 아니다.

결국 PCR 검사를 자율에 맡기는 등 검사나 격리를 강제하지 않다 보니 굳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인 전모씨(27)는 "얼마 전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사를 받을까 했는데, 어차피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 굳이 받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당장 이번 주까지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내가 빠지면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확진자가 격리 장소를 이탈하는 경우도 나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위치추적 앱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확진자의 격리 이탈을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졌다.
관련해 지난달 18일에는 인천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 중이던 70대 노인이 찜질방에서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확진자가 격리 장소를 이탈했을 경우,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자나 해외 입국자, 감염 취약 시설 내 밀접 접촉자 등은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확진자가 무단으로 외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숨은 확진자가 더 많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확진자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관리가 집단 감염의 도화선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직장인 오모씨(29)는 "최근 친동생이 확진 사실을 숨긴 채 아르바이트를 가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자기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며 "설득 끝에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진 않았으나, 방역 자체가 개인의 양심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미크론은 특히 전파력이 세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확진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가족 등은 수동감시를 하는 과정에서 (초기) 3일 내 PCR 검사와 격리해제 전 신속항원검사 실시 역시 권고사항"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방역 수칙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별도로 처벌하거나 감시하는 측면보다는 국민 여러분이 가장 철저하게 이런 방역 수칙을 지켜주실 것을 다시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